기억하는 한 영원하다 유혜련의 감성나들이-상신리 도예촌 <카페 593>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화장하지 않아도 이쁜 여자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왕다희다. 그녀가 얼마 전 상신리 도예촌 입구에 <카페 593>을 오픈했다. 그녀와 약속한 수요일의 하늘은 스님의 승복처럼 온통 회색이었다. 비 오고 눈 오는 날의 징크스를 떨쳐버리기엔 아직은 미숙한 나의 운전실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전통놀이연구가 강주현 선생님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아마도 나의 추억창고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은 그분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상신리 아래 하신리는 말기암 진단을 받고서 그분이 잠시 요양차 머물던 곳이었다. 그 시절 그분을 뵙기 위해 여러번 오갔던 이 길. 이 길을 달리며 그분과 추억 속에서 재회하고픈 그리움이 있었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어도 용서해 줄 것 같은 태평양 같은 너그러움. 대장암 투병 내내 처절한 아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의연함. 삶의 마지막 끝자락에서도 불우이웃돕기 일일찻집을 여셨던 따스한 인간미. 내가 기억하는 잊혀지지 않은 그분의 초상이다.
좋은 사람이 머물던 곳엔 좋은 사람들만 모여드는 것인가 보다. 상신리 도예촌에서 이쁜 그녀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카페를 열기 전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챙겨 온 그녀. 앞으로도 카페 수입의 일부를 그 아기들을 위해 후원하기로 했단다.
상신리 593번지에 위치해 있어 카페이름을 <카페 593>으로 정했다는 그녀. 럭셔리함으로 기죽이는 근사한 카페는 아니지만 꾸미지 않는 그 소박함이 난 좋다. 그 소박한 편안함에 취해 창가에 앉아 생전 그 분이 보내주셨던 문자를 열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에도 산 구름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있다네요 잘 살펴보면 모든 것은 다 아름다움뿐이래요 행복한 꿈꾸세요. -2013년 1월23일’
기억하는 한 모든 것은 영원하다!
위치 : 상신리 도예촌 입구
문의 : 010-8827-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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