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평생교육문화센터 장명순 센터장 인터뷰
나눔대장 출동~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우린 무엇인가를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항상 궁금함을 품고 사는 것이 진정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이 특권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그들도 궁금증들을 해소시키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우린 그들의 욕구를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어 왔음도 사실이다. 이들에게 이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곳이 있다. 바로 대전장애인평생문화센터다.
대전시 서구 탄방동 719번지 월드비젼교회 지하에 대전장애인평생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지하로 내려서는 계단이 대낮임에도 어둡다. 하지만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서면 또다른 환한 세상이 열린다. 20여명의 지적장애인들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따라하며 깔깔 웃음을 날린다.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자원봉사자들도 덩달아 신이나 웃음꽃이 터진다.
알록달록 색종이로 꽃을 피워내고 둔한 입을 벌려 노래를 부른다. 지점토로 꼼지락꼼지락 더디지만 생각하는 것들을 만들어 낸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문화강좌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일에 힘쓰고 있는 이가 장명순 센터장이다. 이곳이 오픈한 것은 지난 2009년 11월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웃고 우는 그녀는 이곳에서 장애인들의 엄마다.
“평생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온 장애인들은 항상 정해진 일정대로 생활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곤 합니다. 우리센터는 어느 곳에서도 반겨주지 않는 장애인들이 언제든 놀러와 다양한 문화강좌를 통해 배우고 체험하고 느끼고 일상 속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체험의 장을 펼쳐주고자 문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나눔이 필요한 곳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간다고 해서 <나눔대장>으로 불리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나누어 줄 물건이 있으면 그녀에게 출동하라고 연락이 온다. 연락이 오자마자 날쌘돌이처럼 달려가 물건들을 모아와 필요한 곳마다 나눠주는 일은 가장 행복한 일이다. 지금도 사랑의먹거리를 비롯해 대전지역의 다양한 봉사단체에서 그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알뜰장터, 사랑의 일일찻집 김장나누 기 등 봉사의 현장마다 바쁜 걸음으로 홍길동처럼 출동하는 그녀. 이런 그녀가 요즘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센터의 장애인들에게 더 양질의 문화강좌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강좌들을 많이 유치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센터에서 장애인들에게 체험시킨 문화강좌도 다양하다. 풍선아트, 종이접기, 한문교실, 노래교실, 점핑클레이, 비누만들기, 퀼트, 미술테라피, 사진찍기, 음악테라피 등이다. 또한 사회적응 훈련으로 장터놀이, 딸기따기, 밤줍기 등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적응 체험을 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직업체험 훈련으로 쇼핑백접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장명순 센터장은 “직업체험의 경우 비장애인들이 지루해 하는 단순한 일들을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더 꼼꼼하게 합니다. 정상인들의 눈에는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결과물들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보는 일은 너무나 가슴 벅찬 감동입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쌓여가면서 아이들의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지고 무기력한 모습이 자신감으로 채워지는 변화를 봅니다.”
그녀가 요즘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지만 재정적으로 무척이나 열악한 환경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줄 후원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아이들이 더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해 줄 봉사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도 바람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다면 지속적으로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일반인들이 지루해 하는 단순 작업들이 많이 연결되었으면 하는 것도 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기자에게 센터에 장애인들이 우르르 달려들며 얼싸안는다. 헤어지는 것이 서운하다는 뜻이다. 이들의 체온을 느끼면서 사람에 대해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있는 가슴을 가진 우리들이 더 장애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배웅하는 나눔대장 장명순 센터장, 오늘도 그녀는 장애인들을 위해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 대표전화 : 042)486-2371(010-2825-3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