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타임즈 인터뷰-한가족인력센터 최복희 소장
청춘이여 안녕~힘없는 여성들의 대모, 한가족인력센터 최복희 소장
박윤아 기자 | pys0308@hanmai.net
탄방동의 조용한 골목가에 위치한 한가족인력센터엔 하루에도 수십명의 여성들이 찾아온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찾아오는 여성들이다. 이들의 대다수가 학벌이나 든든한 빽은 기대할 수 없는 소외계층의 여성들이다. 이들의 든든한 빽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기 위해 최복희 소장은 인력센터를 열었다.
삶의 지치고 멍든 가슴으로 찾아온 이들은 그녀를 통해 사랑을 느끼고 오랫만에 사람사는 정을 느낀다. 그녀와 마주하고 있으면 여인네들의 고달픈 삶의 한숨소리는 오래지 않아 희망의 웃음소리로 바꾸어진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센터를 찾는 이들과의 만남의 연속이다. 일자리 알선은 물론 그들의 고달픈 삶의 이야기를 큰언니처럼 들어주다 보니 자연스레 인생 상담가도 되었다. 상담을 하면서 필요하다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지만 인연을 맺은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그녀를 믿고 따른다. 진심으로 자신들을 걱정하는 그녀의 진심을 알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인생길에서 휘청거리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듣다보면 삶이 참 녹녹치 않다는 것 느낍니다. 아직도 학력이 약한 여성들의 노동조건은 비참한 것이 현실입니다. 막노동하는 여성들의 12시간 노동에 대한 댓가는 고작 6만5천원을 받는 상황이라면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녀의 삶의 에너지는 휘청거리는 삶의 멀미로 몸살을 앓던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주었을 때다. 첫 월급을 받았노라며 꽁꽁 싸맨 선물을 수줍게 내미는 이들의 밝은 미소야 말로 그녀의 삶을 충전하는 활력소가 되어 준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는 법이다. 아버지의 따스한 정을 담뿍 받고 자란 탓인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그녀의 애정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아무도 못말리는 애정은 그들을 돕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책임감으로 지금까지 그녀를 사로잡고 있다.
늦깎이 학생이 되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것도 바로 그 연장선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이론적 뒷받침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평소 지론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일은 의무이자 책임이란다.
현재 그녀의 나이 60세. 대덕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것은 54세가 되던 해였다. 졸업 후 대전서구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사직을 하고 다시 대전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다. 현재 그녀는 경영행정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내 안에 내재된 열정을 쏟아내는 것은 아직도 멀었네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한 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중에도 애니메이션에 빠졌어요. 애니메이션을 그리면서 펼치지 못한 꿈의 나래를 상상 속에서 키우며 무척 즐겁게 살았습니다. 흔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죠. 맞는 말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꿈 많던 여고생이 아직도 제 안에 숨어 있답니다.”
매일매일은 청춘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하는 일도 많다. 21세기여성정치연합(사) 사무국장, 효지도사, 희망의책대전본부(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럼에도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은 또 있다. 바로 호스피스 봉사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등이다.
하루가 25시간이었다면 좋겠다는 그녀. 그녀만의 힐링타임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 일기를 쓰는 시간이다. 하루 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교감했던 슬프고 기쁜일과 그리고 그 느낌들을 기록하며 꿈꾸는 소녀가 되는 시간이다. 기회가 된다면 지금까지 써 온 일기를 책을 출간해 보고 싶은 것도 또 하나의 하고 싶은 일이다.
유난히 달덩이처럼 복스러운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60이란 나이는 청춘에 불과했다.
<저작권자 © 레이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유혜련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