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아주 가끔은>의 저자 윤석기 시인- 철로 위에 노래-레이디타임즈
철로 위에 노래시집 <아주 가끔은> 저자 윤석기 시인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어느 날 카톡으로 시를 받았다. 처음 시를 받으면서 몇 번 보내다 말겠지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6개월이 넘어서도 여전이 시는 카톡으로 당도했다. 당도한 시들은 어느새 한권의 시집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쌓여져 갔다. 보내다 말겠지라고 지레 판단하는 나의 성급한 오만에 여지없이 펀치를 날린 것이다.
펀치를 날려 준 주인공은 지인인 윤석기 아저씨다. 일 년에 두어 번 볼까말까 하는 아저씨. 그가 보내오는 시들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늘면서 나의 마음이 푸근해졌다. 관계 속에 지치고 힘들어 질 때마다 그의 시를 읽으면 왠지 힘이 난다. 그래서 묻혀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아저씨께 시집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꼬드꼈다. 하지만 뜻밖에도 나의 제안에 아저씨는 쉽게 수락을 했다. 아주 흔쾌히 말이다.
그렇게 탄생한 시집이 <아주 가끔은>이다. 현재 인터넷 알라딘에서 판매도 되고 있다.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100여명이 넘는 아저씨의 지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만하면 성공적인 출판기념회였다고 생각한다.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농익은 문학의 꿈을 새롭게 다지고 있는 윤석기 아저씨 아니 시인을 만났다.
그의 고향은 지금은 세종시가 된 대평리다. 가난한 동네였지만 꿈만은 누구보다도 부자였던 동네 아이들과 그는 독서회를 만들었다. 저녁이면 동네 사랑방에 모여 돌려가며 책을 읽고 독서토론도 했다. 매월 한 두 번은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독후감 발표회도 열었다. 그때를 추억하며 지은 시가 <그때는 그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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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도 되었다가
시인도 되었다가
서로 잘났다고 언성 높이며
하얀 밤을 지새워도
피곤한 줄 몰랐었지
그때는 그랬지.
보리 고개 넘기느라 힘들었지만
꿈 한 그릇만으로 배가 불렀지
내 꿈 네 꿈 꿈 자랑에
피곤한 줄 모르고
하얀 밤을 지새웠지
그때는 그랬지.
“어린시절 책을 좋아하는 동네 아이들 11명(여자 4명, 남자 7명)이 모여 독서회를 만들었는데 이름이 형설독서회였습니다. 책도 읽고 읽은 책도 토론을 하고 독후감 발표회도 열면서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독서회로 인해 지금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되었고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누군가에 가슴에 남는 아주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지니게 된 것 같습니다.”
독서회를 통해 소설가의 꿈을 키우던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문학반에 들어가 활발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점수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게 되면서 단국대학교 토목공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 공학도로서 20여년을 철로와 함께 했다. 하지만 삭막한 환경 속에서도 문학에 꿈은 새록새록 피어났다.
그에게 철로는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이어주는 통로였고 감성을 일깨우는 촉매제가 되었다. 철로 곁에서 무시로 찾아오는 기차처럼 길고 길게 딸려 나오는 시상들을 메모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그렇게 잉태시킨 자작시들을 지인들에게 보내기 시작한 것은 그에겐 큰 용기였다. 그 용기로 인해 얻은 것은 화석 같이 굳어진 꿈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벅찬 환희였다.
“토목을 하는 공학도가 시집을 냈다니까 의아해 하거나 대단한 지식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제가 시집을 낸 것은 공명심도 아니고 글 자랑도 아닙니다. 인생의 후반기를 맞게 되면서 꿈을 꾸는 일보다는 꿈을 접는 일에 주력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오래도록 간직했던 꿈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화석처럼 굳어지지요. 저의 시집을 읽는 분들로 하여금 화석처럼 굳어진 여러분의 꿈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시란 시인의 삶 자체라고 했다. 그의 시집 <아주 가끔은>은 문학적 기교나 현란한 은유로 매혹시키는 요소는 없다. 하지만 읽는 이들로 하여금 나와 시인의 마음은 하나됨을 느끼게 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는 시인의 자연스러운 삶이 그 바탕이기 때문이다.
신경림 시인은 시는 본질적으로 부르짖음, 외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했다. 살 수 없는 환경에 봉착했을 때 견디지 못하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더없는 기쁨에 처했을 때 환호하는 그런 기능과 성격이 시에는 있다는 의미리라. 그런 면에서 그의 시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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