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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황토길 걸으며

레이디타임즈 2013. 3. 25. 17:51

맨발로 황토길 걸으며 정경자의 포토포엠


맨발로 황토길 걸으며

작은 발걸음 사푼사푼
내디딜 때마다
단발이
나폴나폴 한 마리 나비였지


이른 봄
소꼽 친구 손잡고
오솔길
꼬불꼬불 돌아 작은 언덕 넘을 제


진달래 꺽어
부뚜막에 꽂으면
새색시
들어온다는 할머니 말씀에


부엌 가득
분홍빛이 환한데
오빠는
아직 중학생이라네


사시사철 산과 들
고운 옷 갈아 입으면
볼록히
입에 알사탕 물고


포풀러 가로수
그늘진 신작로에서
맨발로
뜀박질 경주하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오!
친구야
내 친구야.


작가노트- 2012, 9, 9(일). 계족산 황토길을 맨발로 걸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숲이 무성하여 비는 부드러웠다. 비 맞은 황토는 발바닥 감촉을 더 할 나위 없이 좋게 한다. 어릴적 맨발로 신작로를 달렸던 기억이 새롭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교 길에 가을 운동회 연습을 친구들끼리 스스로 하였다. 내 유년의 낭만이다. 걷기가 끝난 후 숲속 음악회도 열렸다. 달콤하고 매혹적인 시간이었다. 이 길을 최초로 맨발로 걸은 분과 함께 걷는 영광도 누리고, 비바람에 실려 유실되는 황토를 매번 리필 하는 수고로움과 봉사정신에 감사 드린다.

정경자 시인-유성구 부구청장(2010년 지방이사관)으로 40여년 공직을 마감하고 틈틈히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느낌들이 녹아있는 시들을 발표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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