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자의 포토포엠 3

반추

정경자의 포토포엠 반추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태초에는 형태도 없이 어느 한 곳에 머물 수도 없는 미세한 먼지였다 인고의 세월이 지나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이 여리디 여린 작은 이끼로 생명을 부여 받았다 햇살 한 조각 이슬 두어 방울 바람 한 점에도 온 몸을 내 주었다 이름 모를 잡초로 자라 어느 강가에 서성이다 해 기울임에 따라 노래하는 갈대에 젖어 들었다 갈대 줄기 불씨 만들기 좋아 초가 삼 칸 아궁이에 차가운 재가 되어 부드러운 흙과 친구가 되었다 흙속에서 살던 나는 이른 봄 날 뜰 앞 단풍나무 아래 영양제가 되었다 봄비 곱게 내리던 날 빗방울 따라 나무 뿌리와 한 몸이 되었다 꿈틀 거리는 생명력으로 하늘을 꿈꾸며 이 가지 저 가지 따라 작고 여린 얼굴을 내 밀었다 아기 ..

카테고리 없음 2013.03.25

우리는

우리는 정경자의 포토포엠 우리는 우리는 날마다 무엇이 되고자 합니다 나무가 제 그림자를 보고 키를 늘리듯 새들이 허공의 날개 짓으로 힘을 키우듯 우리는 날마다 성장하고 성숙해 갑니다 밤마다 푸르고 화려한 꿈을 꾸어 각자의 뽐내는 색깔과 모양으로 가을날 탐스럽게 영근 열매를 닮아 갑니다 우리는. 작가노트-2012, 9, 23(일) 어제 우산봉을 올랐다. 노은동 반석6단지 후문에서 출발하여 우산봉 정상 헬기장까지의 왕복 코스였다. 금요일에 빈계산을 오른 터라 조금 힘이 들었다. 산은 오르는 길에도 내리막이 있어 수월하고, 다시 하산을 할 때면 내리막이 오르막이 되어 긴장을 풀지 않게 한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아 어려운 일은 쉽게 풀고, 쉬운 일은 쉽다 말아야 할 것 같다. 산은 참 좋다. 말없이 교훈도 주..

카테고리 없음 2013.03.25

맨발로 황토길 걸으며

맨발로 황토길 걸으며 정경자의 포토포엠 맨발로 황토길 걸으며 작은 발걸음 사푼사푼 내디딜 때마다 단발이 나폴나폴 한 마리 나비였지 이른 봄 소꼽 친구 손잡고 오솔길 꼬불꼬불 돌아 작은 언덕 넘을 제 진달래 꺽어 부뚜막에 꽂으면 새색시 들어온다는 할머니 말씀에 부엌 가득 분홍빛이 환한데 오빠는 아직 중학생이라네 사시사철 산과 들 고운 옷 갈아 입으면 볼록히 입에 알사탕 물고 포풀러 가로수 그늘진 신작로에서 맨발로 뜀박질 경주하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오! 친구야 내 친구야. 작가노트- 2012, 9, 9(일). 계족산 황토길을 맨발로 걸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숲이 무성하여 비는 부드러웠다. 비 맞은 황토는 발바닥 감촉을 더 할 나위 없이 좋게 한다. 어릴적 맨발로 신작로를 달렸던 기억이 새롭다. 누가 시키지..

카테고리 없음 2013.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