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자의 포토포엠 반추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태초에는 형태도 없이 어느 한 곳에 머물 수도 없는 미세한 먼지였다 인고의 세월이 지나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이 여리디 여린 작은 이끼로 생명을 부여 받았다 햇살 한 조각 이슬 두어 방울 바람 한 점에도 온 몸을 내 주었다 이름 모를 잡초로 자라 어느 강가에 서성이다 해 기울임에 따라 노래하는 갈대에 젖어 들었다 갈대 줄기 불씨 만들기 좋아 초가 삼 칸 아궁이에 차가운 재가 되어 부드러운 흙과 친구가 되었다 흙속에서 살던 나는 이른 봄 날 뜰 앞 단풍나무 아래 영양제가 되었다 봄비 곱게 내리던 날 빗방울 따라 나무 뿌리와 한 몸이 되었다 꿈틀 거리는 생명력으로 하늘을 꿈꾸며 이 가지 저 가지 따라 작고 여린 얼굴을 내 밀었다 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