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은 날 유혜련의 감성나들이-대전 현충원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타고난 습성은 쉽게 변하기 않는 모양이다. 단체로 천국을 간다면 가고 싶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가장 싫어하던 날은 운동회와 소풍날이었다. 그래서인지 혼자만의 상념에 빠져 있을 수 있는 고즈넉한 장소를 보면 지금도 마음이 설렌다.
나이가 들수록 일상 속에서 혼자이고 싶은 날이 늘어만 간다. 그 날을 대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현충원도 혼자 있기 아주 좋은 장소다. 친정 부모님이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면서 이 곳은 혼자이고 싶은 날의 단골 장소가 되었다.
이곳은 좋은 이유는 많다. 굳이 꼽으라면 첫째는 부모님이 있어서 좋다. 두 번째는 죽음이 슬픔이나 음산함보다는 안식이고 평안임을 깨닫게 되기에 좋다. 그 평안 속에 묻혀 있으면 전쟁처럼 치열했던 삶의 일들도 별것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질서정연하게 묘비들은 줄맞춰 자리하고 있다. 묘비 위로 그들이 살았던 어떤 날들과 동일하게 바람이 불고 새가 날아간다.
언제일진 몰라도 나 또한 묘비로 자리할 날이 올 것임을 안다. 그때도 지금처럼 나의 묘비 위로 바람이 불고 새가 날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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