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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스퀘어 열매를 보셨나요?

레이디타임즈 2012. 10. 6. 06:58

메타스퀘어 열매를 보셨나요?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나무들이 가장 예쁜 계절하면 파릇파릇 싹이 돋기 시작하는 봄과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이다. 봄과 가을에 가장 걷고 싶은 길이 있다면 바로 담양의 메타스퀘어 길이다. 지난해 10월, 담양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내가 좋아하는 그 길을 하염없이 거닐었다. 한참을 상념에 빠져 그 길을 오락가락 걷고 있는데 작은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부터 처음 보는 열매나 나무, 꽃이 있으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처럼 열매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사방에 그 열매들이 지천이다. 바로 메타스퀘어 열매였다. 주워들은 열매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절로 탄성이 나왔다. 얼핏 보기엔 작은 송방울처럼 보이는 메타스퀘어 열매는 사람의 입술처럼 생긴 비늘들이 솔방울처럼 원을 이루고 있었다. 

비늘 하나하나가 완벽한 사람의 입술 모양이었다. 입술의 표정들도 다양했다. 미소를 짓는 입술, 쓸쓸한 입술, 화가 난 입술, 무언가를 결심한 입술 등등. 이토록 많은 감정들이 메타스퀘어 나무에게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냥 나무로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없이 고마움이 밀려왔다.

 메타스퀘어 열매를 보기 전엔 왜 이 길을 걸으면 나를 들끓게 했던 일상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작은 열매를 보고 있자니 사막처럼 삶이 혹독할 때, 별처럼 많은 사람들 속에서 시리도록 외로워질 때 이 길을 걸으면 왜 치유가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참된 위로는 아픔을 겪어 본 자만이 줄 수 있는 법이니까. 

여름이면 늠름한 자태로 하늘 향해 높이 가지를 뻗고 더위로 지친사람들을 품어 주었던 메타스퀘어 나무들. 가을이면 노을빛으로 잎사귀를 물들이고 가을을 타는 이들의 외로움을 다독이던 메타스퀘어 나무들. 그 많은 감정들을 대신해 작은 열매 하나 침묵속에 잉태하고 조용히 떨구어 내는 그 기막힌 침묵이 숭고해 보였다. 

다시금 메타스퀘어 열매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온갖 감정에도 불구하고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모양이 마음을 짠하게 했다. 자식을 키워 본 엄마들은 안다. 아픔이 있을 때 펄펄 뛰며 아픔을 호소하는 놈보다는 아무리 아파도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놈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쪼그리고 앉아 나무 밑에 지천인 메타스퀘어의 열매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때 주워온 열매는 지금도 나의 서재에 보석처럼 자리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때론 나만이 외롭고 나만이 가난한 것 같이 느껴지는 날엔 조용히 그 메타스퀘어 열매를 들여다본다. 화가 난다고, 외롭다고, 슬프다고, 떠벌리지 않고 조용히 입술을 닫고 그저 침묵으로 곰삭이는 메타스퀘어 나무처럼 모든 투정들을 내안에서 삭이는 연습을  한다. 

올 가을에도 내가 좋아하는 그 길을 하염없이 거닐고 싶다. 올 한해 메타스퀘어 나무는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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