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그런 일은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어떤 사람이 다시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게 되는 일. 그 영혼을 보아버리는 일. 나는 즉시 그를 통째로 이해해버린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 이후에 오는 시간, 요컨대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그 시간이란 오히려 우리가 상대를 재확인하는 낭비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전경린의 소설 를 읽으면서 나의 절대 공감을 자극했던 구절이다. 젊은 시절엔 누군가의 영혼을 보는 것은 신(神)끼 있는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0이 넘은 나의 일상 속에서 누군가의 영혼을 보는 일은 시시때때로 일어난다. 아마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끼를 축적해 가는 과정인 모양이다. 영혼을 보는 횟수가 늘어 가면서 사람의 영혼은 너나없이 순결하다는 고정관념도 무너져 버렸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