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의 감성나들이

자작나무-유혜련의 감성나들이-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6. 9. 2. 11:04

자작나무

유혜련의 감성나들이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너나없이 행복한 모습들을 경쟁하듯 올려댄다. 그런데 왜 나는 그 모습들이 안쓰럽기만 할까. 행복마저도 증명해야만 하는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몸부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삶의 몸부림을 내려놓고 따스한 가슴 열고 찾아가면 언제든 반겨줄 곳을 찾았다. 바로 핸드메이드 가구공작소&카페 <자작나무>다. 용운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자작나무. 자연을 닮고 마음을 담은 가구를 손수 만들어 주는 남편과 무엇이든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솜씨좋은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살림집과 공방과 카페로 손수 꾸몄다는 이곳. 자작나무란 이름처럼 풋풋함이 배어있다. 이미 특별함으로 집안을 꾸미기 원하는 감각파 주부들은 자작나무를 다람쥐처럼 자주 찾고 있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나만의 가구를 어떤 것이든 주문만 하면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남편이 만든 자연을 닮은 의자며 테이블, 장식장. 그리고 그 가구를 돋보이게 하는 아내의 수공예작품 등이 어우러진 자작나무. 이곳에 앉아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창 너머 골목을 바라본다.

 

저만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백발노인의 뒷모습이 꿈처럼 아련하다. 온갖 잡념으로 번잡하던 머릿속이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처럼 고요해진다.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여기 있는 것만으로 난 무척 행복하다.

까마득히 잊었던 백석 시인의 <백화(白樺)>란 시도 떠오른다.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 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이 보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위치 : 대전 동구 용운동 284-10
문의 : 042)625-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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