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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오토바이 타는 남자-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9. 8. 22. 09:15

오토바이 타는 남자 멋진 부자, 성심당 임영진 대표를 만나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멋진 부자, 성심당 임영진 대표를 만나다

성심당 임영진 대표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남자 성심당 임영진 사장을 만났다. 제법 돈을 들였을 법한 그의 혼다 오토바이를 보면서 부자에 대한 선입견이 굳어지려 한다. 부자에 대한 선입견이란 럭셔리한 옷차림에 감히 접근하기 힘든 과묵함이다. 좀더 솔직하자면 과묵함 대신 오만함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을 맞아주는 지극히 소탈한 그의 모습을 보니 선입견은 36계 줄행랑 쳐버렸다.  


그날 그의 옷차림은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빛바랜 면바지와 남방차림으로 후줄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싫지 않았던 것은 졸부의 모습이 아닌 멋진 부자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부자라는 기자의 말에 본인은 아니란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시기에 연매출 270억원이 넘는다면 부자임에 틀림없다. 후줄근한 옷차림과는 달리 신발만은 비싸보여서 명품이라 짐작하며 구입한 곳을 물었다. 그런데 짐작과는 달리 이태리 여행 때 노점상에게 구입한 것이란다. 


“옷에 대해선 알고 있는 메이커가 별로 없네요. 그냥 아내가 골라다 주는 것들을 입고 있는데 그 중에는 구제샵에서 골라다 주는 것도 많습니다. 미대를 나온 사람이기에 저보다는 미적인 면에서 앞서 있다는 생각에서 두말없이 입고 있지요.” “어쩜 죽은 사람이 착용했던 것인지도 몰라요“란 농담까지 덧붙이는 그 소탈함이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성심당 케익부띠끄

성심당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56년이다. 보잘 것 없던 찐빵 집으로 시작된 성심당의 올해 나이는 58세. 오래도록 사랑받는 빵집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전국은 물론 이웃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성심당의 열풍은 단순히 300억원을 육박하는 연매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한다>는 경영이념을 겸손하게 실천하며 영혼의 기업으로 존속하고 있음이다.  


평범하지만 위대한 경영이념은 성경 로마서 12장17절에 나오는 성경구절이다. 로마서의 말씀이 경영이념이 된 계기는 가톨릭의 영성운동으로 자리한 이태리의 <포콜라레 운동>을 처음 펼쳤던 끼아라 루빅 여사(Chiara Lubich, 1920~2008)와의 인연 때문이다.  


“끼아라 여사에게 경영과 관련해 자문을 구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여사님의 자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답장을 통해 빵을 만드는 일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빵과 연관된 사람들 모두가 좋게 여기는 방향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실천한다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여사님의 생각이 공감으로 다가 왔고 그래서 경영이념으로 삼게 되었지요.” 


그가 부친에게서 성심당을 물려받은 것은 1981년이다. 직접 경영을 하면서 그에게도 어려운 고비는 있었다. 하지만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 경영방식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 현재 200여명의 직원들을 동료애가 아닌 가족애로 결속시켰다. 또한 어려운 납품업체들을 배려해 현금결재를 원칙으로 한다. 이해타산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믿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다. 성심당이 추구하는 끈끈한 인간적인 관계는 성심당의 저력이다.

 

“만약에 돈을 삶의 최고의 가치라 믿었다면 절박했던 순간들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모든 이들이 좋게 여기는 일에 힘쓰다 보니 최대의 위기가 최대의 기회로 바꾸어지는 놀라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성심당 빵을 좋아하는 이들은 성심당 사장이 가장 부럽다고 농담을 한다. 이유인즉 그토록 맛있는 빵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어서란다. 성심당 빵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그는 하루에 빵을 몇 개나 먹을까?  


“먹는 날보다는 먹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고객들에게 맛있는 빵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 새로운 빵이 나오면 맛을 음미하면서 먹기보다는 분석하면서 먹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빵은 바게트와 호밀빵 같은 거친 느낌의 빵이 좋더군요,”


 성심당에서 맛 볼 수 있는 빵 종류는 현재 400여종이 넘는다. 빵 이름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 대전브루스빵, 판타롱부추빵, 브루스만주, 토요빵 등등. 이름마다 위트가 넘친다. 이들 빵 이름은 그의 아내인 김미진 이사가 붙였다.
성심당이 운영하는 멋진 공간도 많다. <케익부띠끄> <플라잉 팬> <테라스키친> <빠아또> <오븐 스토리> <우동야> 등이다. 이제 성심당은 대전을 넘어 세계적인 빵집으로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이외에도<미국 캘리포니아 호두협회 주최 호두제품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1999> <국제 제과제빵 경연대회 Siba 대상-2007>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 그린 선정-2011> 등을 통해 대한민국 빵집의 위상을 드높여 왔다.  
그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바람을 가르며 오토바이를 타는 시간과 지인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소박한 시간이다. 올해 그의 나이 62세. 이제야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이 삶의 여유를 남을 돕는 일에 소진하고 싶은 것도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다.  
그 일환으로<포콜라레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2차대전 당시 암울했던 이탈리아를 포콜라레 운동을 통해 사랑과 희망으로 채웠던 끼아라 여사처럼 대전을 사랑과 희망으로 채우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에도 성심당은 많은 역활을 했다. 바티칸의 요청으로 교황의 식탁에 올린 빵들을 만들었기때문이다. 한국 방문기간 중에 교황의 식탁에 올려진 성심당의 빵은 사과 타르트, 크로와상, 티라미수 케이크, 치아바타, 바게트, 깜파뉴(천연발효 호밀빵) 등이다.  


대전을 사랑과 희망으로 채워가는 그를 대신할 성심당의 후계자는 누굴까?
바로 큰아들 임대혁 계장이다. 3대로 이어지는 성심당의 앞날이 승승장구하길 바라는 것은 대전 시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대전이란 도시를 생각하면 성심당이 떠오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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