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책 어떠세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레이디타임즈 2013. 3. 25. 15:50

임영호의 독서일기

나도 통나무집을 짓고 싶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서

임영호  |  18대 국회의원


“1845년의 3월 말경, 나는 도끼 한 자루를 빌려 들고 월든 호숫가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내가 집을 지을 장소로 봐둔 곳이었는데, 나는 집터 바로 옆에 자라던 곧게 뻗은 한창때의 백송나무들을 재목감으로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p68)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David Henry Thoreau)는 28세의 나이에 도끼 한 자루를 들고 들어가 메세추세츠의 콩코드 강 마을 근처 월든 호숫가에 자신만이 사는 통나무집을 짓는다. 그곳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마일 쯤 떨어진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2년 2개월 2일을 자연과 친구로 하여 산다.  


그는 왜 아무도 살지 않는 호숫가로 갔을까?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전도유망한 청년이 부와 명예를 좇는 화려한 생활을 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무슨 생각으로 살았을까?  


그는 몇 달에 걸쳐 28달러 12 1/2센트를 들여 손수 지은 방 한 칸짜리 오두막집을 그런 대로 완성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을 손수레에 싣고서 월든 숲 호숫가로 들어간다. 그날은 미국의 70번째 독립기념일인 1845년 7월 4일이다.  
그는 그곳 호숫가에서 관찰과 사색, 독서, 친교,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고독이다. 그는 자신의 본성을 지키고 키우기 위하여 남과 떨어진 삶을 택하고 조용히 자신을 관조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는 문명과 사회를 등지고 고집스럽게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했고 월든의 숲이 그런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고,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p138) 


소로우는 세상 사람들이 개미처럼 비천하게 살고 있고 우리의 인생을 사소한 일들로 흐지부지 헛되이 쓰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의 부족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자기답게 사는 것인지를 잊어버리고 몸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죽음을 맞이하여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는데…’라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19세기 중반 당시 미국 신대륙에는 부와 명예에 눈이 먼 유럽인의 욕망은 끝이 없었다. 그들은 영토 확장을 위하여 끊임없이 전쟁하고, 노예제를 끝까지 붙들고 늘어졌으며, 원주민인 인디언을 몰아내고 땅을 빼앗고 자연을 파괴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소로우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과 이기심에서 나온 세속적인 성공이란 것에 깊은 회의를 품었다. 그래서 전문직업의 길을 걸으면서 자칫 타협의 길을 가는 것보다는 정직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평생 그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단순하고 간소한 삶이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라고 믿었다.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다른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또는 그리스식이나 고딕 양식의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p109)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기 시작한 소로우의 삶은 평화스러우면서 단순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고독과 정적에 잠겨 해가 뜰 때부터 점심때까지 멍하니 몽상에 빠져 있기도 하며 온종일 호수를 지켜보고 숲 속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콩을 심고 산책을 하는 것이 그의 하루였다. 아주 가끔 보트를 띄우고 그 안에서 피리를 불었다.  


“호수는 하나의 경관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한 지형(地形)이다. 그것은 대지의 눈이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사람은 자기 본성의 깊이를 잰다. 호숫가를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 눈의 가장자리에 난 가냘픈 속눈썹이며, 그 주위에 있는 우거진 숲과 낭떠러지들은 굵직한 눈썹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p280) 


길이 800m, 둘레 28킬로미터인 월든 호수는 소로우의 표현대로 웅장하다고 할 수 없는 수수한 크기에 매우 아름답다. 더구나 소로우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그 호수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소로우의 호수와 그 주변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읽고 있으면 직접 그곳에 가서 눈으로 보고 숲의 공기를 마시면서 나무와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한여름 오후, 창가에 앉아있노라니 매가 몇 마리 나의 개간지 위를 빙빙 돌면서 날고 있다. 산비둘기가 두세 마리씩 내 시야를 가로질러 날아가거나, 집 뒤의 백송나무 가지에 안절부절못하듯 내려앉곤 하는데 그때마다 소리가 난다. 물수리 한 마리가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물고기 하나를 채가지고는 날아오른다. 밍크 한 마리가 집 앞에 있는 늪에서 살짝 나와 물가에서 개구리를 잡아챈다. 왕골은 여기 앉았다 저기 앉았다 하는 쌀 먹이 새의 무게에 눌려 휘청거리고 있다.” (p175) 


소로우는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사색에 잠기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독서는 그에게 큰 자양분이 되었다. 특히 그의 거처는 진지하게 책읽기를 위한 좋은 자리였다. 그는 책 중에서 고전은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라며 충분히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을 나갈 때 귀중품 보관 상자에 《일리아드》를 항상 넣어 가지고 다녔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록된 말은 역사적 유물 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예술작품보다 더 우리에게 친밀감을 주며 동시에 더 큰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예술 작품이다. 그것은 모든 언어로 옮겨질 수 있으며, 단순히 읽힐 뿐만 아니라 실제로 모든 인간의 입으로부터 숨결처럼 토해질 수 있다.”(p156) 


소로우는 혼자 고독하게 살면서도 친구를 위한 자리를 항상 비워두었다. 그의 오두막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사교를 위한 것이었다. 이런 그에게 수시로 많은 방문객이 찾아왔다. 사냥꾼들,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사는 친구들, 지나가는 손님, 동물, 시인들 그리고 유명한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도 있었다.


그들은 묽은 죽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면서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진지함으로 대화를 이끌었으며 인생에 대한 아주 새로운 논리도 수없이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는 이 외딴 오두막집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자신이 먹을 것을 자신의 손으로 재배해야 한다는 것은 소로우의 원칙이다. 가끔 낚시를 하며 고기도 잡았지만 먹고 사는 것을 보면 그는 농부였다. 밭을 갈아 콩을 심고 김을 매주며 아침저녁으로 살펴주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그는 수확량이라 해봐야 보잘 것 없었지만 그는 소나 말을 부리지 않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체의 고용인을 쓰지 않았으며 개량 농기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그래야 콩들과 친숙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토지를 재산으로 보거나 재산 획득의 주요한 수단으로 보는 것을 자연에 대한 약탈로 보았다.


 한마디로 소로우는 당시의 사람들이 감히 가지지 못한 독특한 자신만의 삶을 살았다. 고독을 즐기며 그 속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하고 독서하며 틈이 나면 친구들과 그것을 나누어 자기생각을 만들었다.


 그는 19세기 중반에 살았지만 150년이 지난 오늘날 귀담아 들어야 할 이념과 철학을 가졌으며 이를 실천했다. 아이들에게 체벌하는 것을 거부하여 2주 만에 교사직을 그만두었고, 멕시코 전쟁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여 감옥에 갇히기까지 하였으며, 링컨의 노예 해방에 앞서 노예 해방 운동에 헌신하였다. 그는 높은 이상을 가지고 살았던 철학자이자 시인, 사상가, 교육자로써 시대에 앞선 선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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