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책 어떠세요

스유엔의 <상경>

레이디타임즈 2013. 3. 25. 15:59

임영호의 독서일기

호설암식 경영을 접목하라 동서양의 경영사례로 경영철학을 담은 <상경(商經)>

임영호  |  18대 국회의원


나는 참 게으른 사람이다. 독서만큼은 그렇다. 2002년 구청장에 재선되었을 때 서점하시는 분이 책 한권을 선물하였다. 10년 동안 서재에 꽂혀 있던 상경(商經)이란 책 제목 자체가 나 같은 사람에게 필요 없는 책이 아닌 가 의심하면서 몇 장 읽어보니 생각 밖이었다. 보통 책이 아니었다. 사실 물건을 판다는 것도 어쩌면 사람의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책이 비록 상인의 이야기일지 라도 사람다운 사람 만드는 책인 사서삼경(四書三經)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하면 비단장사 왕 서방이 생각난다. 중국인들은 뛰어난 상술과 경영전략으로 장사를 잘한다는 뜻이다. 중국인의 지혜로운 상인정신이 담긴 책, 상인의 경전(經典)인 중국 문인 스유엔(史源)이 펴낸 상경(商經)이다. 이름은 광용(光墉)이요 자가 설암(雪巖)인 중국 거상 호설암 (胡雪巖, 1823-1885)의 언행을 정리한 책이다. 중국의 개혁사상가 루쉰(魯迅)은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이라고 칭송하였고, 중국인들은 지금도 ‘상성(商聖)’으로 부르며 존경한다.  


그는 가난하게 태어나 12살 어린나이에 고향 휘주(徽州)에서 항주(杭州)로 무작정 상경, 지금의 은행인 전장(錢莊)의 수금사원으로 시작하여 나중에 전장과 전당포, 호경여당(胡慶餘堂) 이라는 약방을 운영하였다. 당시의 청나라는 밖으로는 서구열강의 외세침입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안으로는 부패와 실정으로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있었으며, 태평천국의 난 (太平天國軍) 이라는 민란이 발생하여 내전의 상황이 벌어진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대였다. 


상경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각장에서 저자 스유엔은 호설암의어록과 더불어 그의 경영철학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동서양의 경영사례를 들어 책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해 주었다. 먼저 그의 상술이다.


 “이 세상에 완전한 인재는 없다. 한 개인의 능력은 그 쓰임에 따라 결정된다. 이점에서 나는 다양한 방식을 구사한다. 큰 재목은 크게 쓰고 작은 재목은 작게 쓰면 된다.” (p 64) 


호설암 경영철학은 첫째로 인재경영이다. 인재를 제일 중요시 한다. 조선의 거상 가포(稼圃) 임상옥(林尙沃,1779∼1855)도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 했다. 그는 돈이 중요한 게아니라 상대가 지닌 마음의 힘을 얻는 것이 먼저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전장의 말단으로 있던 시절 자기의 전 재산에 해당되는 500냥을 우연히 만나게 된, 형편이 어려운 왕유령이라는 미래의 관리를 도와주고 자기는 직장에서 졸지에 쫓겨난다. 그 후 왕유령은 고위관리가 되었고, 그 인연으로 도움을 받아 사업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호설암은 이렇게 호협(豪俠)의 인물이기도하다.  


호설암은 세상 어떤 사람도 완벽한 사람으로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쪽에 강한 사람을 좋아했다. 그래서 ‘티 없는 돌보다 티 있는 옥’을 선택했다. 도박판을 전전하는 계명구도(鷄鳴狗盜)형 인재인 백수건달 진세룡이나 유불재의 단점을 덮어두고 장점만 보고 과감하게 받아드려 필요한 일에 크게 활용했다.  


“사업을 하려면 세상의 큰 흐름을 알아야한다. 세상의 흐름을 모르면 뒤쳐지게 되고 나중에 따라잡으려고 아무리 애써 봐도 소용없다. 시기를 기다리는 것은 흐름을 타는 것보다 못한 법이다.”(p114)


두 번째로 준비경영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오려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 호설암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단어는 ‘시국(時局)’이다. 그는 어려워 보이는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대부분 현실의 흐름에 순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대의 큰 흐름을 아는 넓은 시야와 깊은 안목으로 4~5년 앞의 일들을 내다보고 준비하여야만 사업이나 투자가 확실한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가 장사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가 서양 상인들을 상대로 대규모교역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런 안목이 두드러진다.


 “내겐 상장(商場)세력과 관장(官場)세력 모두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 두 가지만으로 충분치 않다. 오히려 양장(洋場)세력이 더 필요하다.”(p126)


 세 번째 호설암은 관계중시(關係重視)의 경영을 강조한다. 호설암은 자기가 살던 시대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하고 모든 힘은 정치 환경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상인은 정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지 못하면 도처에서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호설암은 유망한 관리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관리들에게 지모와 책략을 제공한다. 또한 국가가 외국세력에 무방비한 채로 노출되었고 특히 서양세력과는 군수품 공산품의 무역거래가 대규모로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그들 세력과의 관계도 중요시했다. 그는 사업 상대방에 대하여 사업의 손익 속에 존재는 하나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겉으로 들어난 ‘금전출납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출납부’를 함께 써야한다 고 말한다.
 “기업이나 점포의 외관은 사람의 얼굴에 해당되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야한다. 이는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께서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p372)


 네 번째, 즐거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게 하는 고객만족경영이다. 그는 천하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이 커지고 안정되면 사업은 저절로 번창하게 된다. 그때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고객중심 고객만족 경영을 제시했다. 아울러 ‘장사는 손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민첩하고 융통성 있게 변화선도 전략을 세웠다. 호설암의 시장을 키우는 수법은 다양하다.


길한 이름의 상호, 정확한 사업부지 선택, 세심한 상점장식과 물건배치, 우편판매, 신문에 대대적 광고까지 하였으며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드 이미지를 창조하는데 무엇보다도 노력했다. 좋은 이미지는 수십억의 광고효과 이상이기 때문이다. 전장을 개설하면서도 특별한 상술을 썼다. 지역의 유력한 대관들의 부인과 첩실에 공짜로 20냥짜리 통장을 만들어 주어 자신의 영향력 확대와 막대한 예금을 유치하였다. 호설암은 오늘날 교과서에 나오는 마케팅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관리든 상인이든 모두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즉 자신의 이익과 함께 세상 사람들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탐관(貪官)이 되고 상인이 되어도 간상(奸商)이 되기 쉽다.” (p498)


 다섯 번째, 애국애민정신이다. 호설암은 ‘상인은 결코 간사해서는 안 된다. 큰 장사를 하려면 천하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상인의 운명은 국운에 달려있다. 작은 장사는 상황에 순응하면 되지만 큰 장사를 하려면 먼저 나라를 도와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 이병철의 ‘사업보국’철학과 같은 뜻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정부의 사회 안정과 재난 구조 활동을 도왔다. 군량미로 수십만 섬을 관군에게 제공하고 재난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난민을 위하여 구휼 창을 세웠다. 관을 대신하여 명승고적과 사찰을 복원하였으며 도로를 정비하고 버려진 시신을 거두어 장사까지 치러 주었다. 그래서 호설암은 나라로부터 모자에 붉은 산호를 달 수 있는 관직을 받은 유일한 홍정상인(紅頂商人)이 되었다.


 “나는 비록 상인이지만 국가의 이익을 벗어난 사리사욕을 추구 하지 않는다. 법을 어기는 일을 절대로 해선 안 된다. 조정의 법은 일정한 질서에 따라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누구든지 이에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p170)


 여섯 번째, 정도경영이다. 고상한 신념과 상도를 지키지 않으면 큰 상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수천 년 동안 내려오는 격언에 ‛군자는 재물을 좋아하되, 반드시 돈에서 의를 구한다’는 말이 있다. 홍수전은 사람을 보내 적지 않은 수익을 보장하며 그를 태평천국군에 끌어들이려 하였고 서양 상인들로 부터 무기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호설암은 분명한 원칙이 있는 사람이다. 나라가 갖가지 내우외환에 처한 상황인 만큼 어느 때 보다도 안정된 정부가 필요하다고 보고 태평천국군의 제의를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항상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명예를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익을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한다. 명예와 이익은 동전의 양면이 아닐까? 장사는 한번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명성도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p392)


 호설암은 상인은 상도(商道)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을 한다는 것과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일치하는 것이라 했다. 호설암은 무엇보다도 신용을 중시했다. 장사에서의 신용은 상인의 신의로부터 나온다며 그는 다섯 가지 원칙을 말한다.


 첫째, 우선 상인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칼날에 묻은 피를 핥는 것(도두첨혈,刀頭舔血)도 마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국법과 규율을 어기면서 까지 의롭지 못한 재물을 탐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가급적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되 남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남의 밥그릇을 빼앗은 짓은 하지 않는다.


 셋째, 친구들의 힘을 빌려 돈을 벌긴 하지만 이로 인해 친구들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면목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넷째 기회를 잘 잡아 활용하되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다섯째, 돈 버는 일을 일상의 모든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되, 사람들에게 베푸는 데 있어서도 항상 넉넉한 마음을 보이고, 모아놓은 재물을 지키기 위하여 안달하지 않는다. ‘동전구멍사이로 공중제비를 넘는다’고 자부하면서도 그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 의(義)와 이(利)를 조화시키려 했다.


 끝으로 상경은 봉건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오늘날 기업인이 가져야 할 경영정신을 담고 있는 책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경영학이란 학문을 통하여 상인으로서의 자세와 판매 전략을 배우지만, 이 책의 주인공 호설암은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 사농공상(士農工商)계급사회에서 상인으로서 실제 몸으로 익히며 지혜를 짜서 당시에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도 가르침을 주는 상도(商道)와 상술(商術), 기업정신을 실현했던 분이다.


특히 중국이 지금 세계 GDP의 4분의 1을 차지 할 기세로 중화의 힘을 나타내고 있고, 우리로서는 제2의 시장이기에 우리 기업가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563페이지, 참을성이 필요한 두꺼운 책이다. 그러나 시간을 내어 투자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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