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최영란 교수-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3. 11. 28. 14:47

나의 꿈은 진행중 효를 춤추는 무용가 최영란 교수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결혼과 함께 모든 꿈들을 접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결혼과 함께 꿈을 접으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에 지금처럼 무용가로 남을 수 있었지요. 인생선배로서 조언하고 싶은 것은 결혼을 나의 꿈을 한층 더 상승시키는 요소로 만들어야지 좌절 시키는 요소로 만들지 말아야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무용가 최영란 교수가 여성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그녀는 6세때 이웃에 살던 무용가에 권유로 무용을 시작했다. 결혼과 함께 무용가의 길을 접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춤에 대한 그녀의 꿈은 너무나 생생해서 그녀의 의지대로 접을 수 가 없었다. 그 꿈은 그녀로 하여금 대전시립무용단원 공채에 응시하도록 그녀를 부추켰다. 그리고 무용단원이 되어 13년의 세월을 대전시립무용단과 함께했다.

“대전시립무용단은 나의 친정입니다. 그 당시에 대전시립무용단은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에 있었지만 단원들과 함께 궤도에 올리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그때는 그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지요”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애수가 배어있다. 그녀를 잘 아는 지인들은 대전시립무용단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땀과 열정이 일조했다고 귓뜸이다. 친정같은 대전시립무용단을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만두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대전시립무용단을 친정처럼 위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춤은 그녀의 삶이었노라 거침없이 고백하는 그녀
그녀의 춤은 여리지만 겨울새벽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두레박물처럼 쨍하는 강함으로 관객의 숨겨진 감성을 터치하듯 녹여버린다. 누군가는 그녀를 2인자의 비애를 안고 있는 무용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레이디타임즈가 만난 그녀는 아직도 꿈을 꾸는 한 송이 고혹적인 흑장미다.

“최고라고 자만하는 순간 꿈은 사라집니다. 그래서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아직도 저에 꿈이 진행형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면 무대만을 생각하는 춤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녀가 아름다운 것은 그렇게 당당하게 누군가의 부정적인 평을 당당하게 포용하며 눈가에 주름이 잡히도록 유쾌하게 웃어주는 모습 때문이다.


깐깐하고 강하게 보이는 외모지만 알고 보면 여리고 여린 여자가 바로 그녀다. 주말이면 커다란 챙 모자를 눌러쓰고 낡은 작업복을 걸치고 정원의 풀을 뽑고 나무와 꽃을 가꾸는 것이 유일한 힐링이라는 그녀. 그렇게 소박하게 힐링을 즐기다가도 공식적인 자리에선 누구나 인정하는 감각파 멋쟁이로 변신하는 그녀. 그 비결을 물었더니 순간순간 느껴지는 느낌대로 옷을 고르는 것이 유일한 비결이라 답한다.


“어떤 분들은 제가 밥도 못하고 살림도 못하는 줄 알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는 옷도 제가 뜨개질을 해서 떠 입혔고 지금도 저희 집의 왠만한 패브릭 소품들은 모두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무용가, 안무가, 교수(목원대 스포츠산업과학부)로서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살림하는 재미까지 쏠쏠하게 챙기는 그녀. 그녀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할까?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의 가장 자랑스런 정신문화인 효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 정말 안타까워서 무용극을 통해 효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요즘 주목하는 창작의 모티브는 설화, 역사, 지역인물 등이다. 특히 효를 실천했던 인물들의 구전이야기가 그녀의 창작의욕을 자극한다. 올 가을에 소개된 그녀가 창작 작품도 여러 편이다. <심청전> <윤씨행장(김만중의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 <가을빛 향기 그리고 孝(효)> 효를 주제로 한 작품을 비롯해 <흥부, 말춤을 추다> <방귀쟁이 며느리> 등의 아이들을 위한 작품까지 무대에 올렸다.


이처럼 대전에 창작무용의 새바람을 일으키는 그녀의 무용단 <최영란무용단>은 지난 1989년 창립되었다.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예비사회적기업 선정됨으로 더 반가운 것은 관내 및 소외계층 어린이들이 양질의 공연문화를 부담없이 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관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만원 상당의 관람료를 사랑의티켓 혜택을 통해 3천원에 관람할 수 있도록 돕고 어려운 계층의 어린이들에겐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양질의 창작무용극을 통해 어린이에게 효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예술적인 끼를 불러낼 수 있는 문화예술활동에 힘쓰고 싶습니다.”


삶의 느낌대로 화려한 흑장미도, 소박한 야생화로 자유롭게 영혼을 꽃피우는 무용가 최영란 교수를 만났다. 그녀의 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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