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레이디타임즈-감각적인 살림꾼 강찬순 주부

레이디타임즈 2014. 4. 8. 12:11

유선엄마에게 물어봐~ 감각적인 살림꾼 강찬순 주부를 만나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대한민국 여자들이 닮고 싶은 최고의 살림꾼하면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씨다. 그녀를 만난 이들마다 친정부모 사진은 안 걸어도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은 집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보처럼 걸어놓은 것을 보면 효재 열풍은 대단하다. 
살림엔 소질 없어 진작에 포기한 나지만 효재 열풍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살림 잘하는 여자는 효재 뿐 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부터 효재를 능가할 살림꾼 주부를 찾아내 보자는 결심을 했다. 
이런 나의 의문을 풀어 준 첫 번째 여자는 계룡시에 사는 유선엄마 강찬순 주부다. 설마 하던 이들도 요리면 요리 인테리어면 인테리어 그리고 손님 접대까지 똑 소리 나는 그녀의 살림 내공을 접하고는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만다.
  
주변 여성들은 누군가 궁금한 것을 물어 오면 너나없이 ‘유선엄마에게 물어봐’할 만큼 그녀는 살림에 관해서 박식하고 감각적인 여자다.

그녀를 만난 것은 지난 연말이다. 오래된 지인이 송년모임에 함께 가자는 권유에 염치 좋게 따라간 곳이 바로 그녀의 집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하얀 옥양목 앞치마를 맵시 있게 두른 그녀가 반색을 한다. 그녀의 반김을 받으며 거실로 들어섰는데 펼쳐진 광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고재문짝을 테이블 삼아 진설한 다양한 음식들은 그야말로 궁중의 향연이 따로 없다. 자배기만한 수반 위엔 하얀 연꽃은 향기를 피워 올리고 어디서 구했는지 멋스런 접시에는 다식이며 과일이며 떡이며 예쁘고 먹음직한 음식 음식들. 먹거리를 세팅한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송년모임이라 특별하게 준비한 것이겠지 했는데 지인들은 그게 아니란다. 찾아온 누구라도 언제든 지금처럼 귀빈처럼 세팅해 대접을 한다는 말에 살림솜씨 제로인 나는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다. 

나를 주눅 들게 한 그녀도 한때는 말도 못하게 주눅 들었던 시절이 있었단다. 결혼 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군인이었던 남편과 갓 결혼한 새댁 시절이다. 특별한 재주 하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의기소침해 우울증까지 올 정도였단다. 이런 그녀의 기를 살려놓은 것은 바로 남편이었다. 

 “군인이었던 남편과 처음 결혼한 후 사택에서 신혼살림을 차렸지요. 사택에 살다보니 자연스레 군인 부인들과 이웃사촌이 되었지요. 제가 보기넨 하나같이 좋은 집안출신들이 많았고 살아 온 문화도 저랑은 많이 달라 보여선지 어울리다 보면 항상 주눅이 들곤 했지요. 이런 저를 항상 최고라고 부추키며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것은 바로 남편이었지요. 남편의 격려를 밑천으로 요리, 도예, 다도 등을 정말 열심히 배웠고 배운 것에 제 감각을 가미해 적용하다 보니 무엇이든 멋져지는 거예요.”


그녀의 손을 거치면 모든 것들은 특별해진다. 과일, 떡, 밥, 국, 반찬 등을 같은 그릇에 담아도 그녀가 담으면 예술이 된다. 손님상에 올릴 찬이며 과일 한쪽을 담아도 예쁜 담김을 위해 한 참을 씨름하는 모습은 가히 예술가의 경지다. 

사람은 따스한 곳으로 모여드는 법. 찾아오는 이들도 많고 한번 오면 그녀의 야무진 솜씨 구경할 것이 많아 좀체로 떠날 줄 모른다. 평범한 현광등도 창호지와 말린 낙엽만으로 떼어가고 싶은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숲에서 주워온 솔방울조차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시키는 그녀의 감각. 놓치면 아까운 그녀의 감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에 초대받은 이들이 달뜨는 것이다. 

현재 그녀의 집은 봄이 무르익었다. 정원으로 꾸민 베란다엔 꽃들이 만발하고 스르르 눈을 감기게 하는 감미로운 음악이 있다. 이런 감성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그녀는 가끔은 혼자서도 파티를 즐긴다. 자신만을 위한 파티를 통해 스스로를 접대하는 여자. 혼자만의 파티를 준비하며 내내 설레임을 주체 할 수 없는 여자. 그녀의 감각이 날로 새로워지는 이유다.


“가끔은 저만을 위한 만찬을 준비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맛있는 음식을 정갈하게 차리고 청사초롱 밝히듯 조명을 밝히고 혼자만의 파티를 즐기기도 합니다. 파티는 꼭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만을 위해 파티를 준비하는 시간도 정말 행복하거든요.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로 남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그녀는 취재진을 위해 다시금 멋진 파티 열어 주었다. 그녀가 차려주는 먹기조차 아까운 음식들로 포식하며 우린 행복했다. 강찬순 주부를 통해 전국엔 제2의 효재들이 많이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어 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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