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시낭송가 박건희 씨의 감사하는 삶-레이디타임즈 인터뷰

레이디타임즈 2014. 3. 14. 11:11

지금 감사하고 있나요? 꿀 같은 목소리의 시낭송가 박건희를 만나다

박윤아 기자  |  pys0308@hanmai.net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박건희 시낭송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선 저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하다. 하루의 피로를 몽땅 날려 버리게 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확신했다. 그녀와의 만남이 행복하리라는 것을... 
기다림의 설렘을 갖게 했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같은 이름을 가진 박건희 시낭송가를 드디어 만났다. 그녀는 만나자 마자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읊어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길게 땋아 내린 갈래머리를 나풀거리는 꿈 많은 여고생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모습도 모습이려니와 그녀는 여고시절 외웠던 시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단다. 그래서인지 5년전부터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녀. 시낭송과 성악을 접목해 다양한 공연들도 기획하고 있다. 그녀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역시 시낭송할 때다. 시인의 시를 짓는 작업은 삶의 감동적인 느낌을 운율로 표현해 내면으로 다지는 일이다. 그 시를 낭송한다는 것은 활자화된 시의 운율을 살려 그 시만의 향기를 타인의 가슴에 실어 나르는 일이다. 시를 낭송하며 사람들의 가슴을 시의 향기로 채우는 그녀.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로 충만하다.  


지인들의 아침을 감사로 일깨우는 일도 시 낭송의 연장이다. 매일 아침 그녀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 가슴에 새겨둘 시처럼 아름다운 글을 읽으며 지인들은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만나는 이들의 가슴에 감사의 씨앗을 심고 있는 그녀가 감사하며 살게 된 계기는 고인이 된 오빠 때문이다.
 
그녀의 나이 23살 되던 해에 사랑하는 오빠가 위암이 걸렸다고 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해내는 오빠의 모습은 스물 세살의 여린 그녀에게 감사를 배우게 했다. 무엇이나 잘 먹을 수 있음에 감사. 병에 걸리지 않은 것에 감사. 하루 24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 매순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 그 이후부터 그녀의 일상은 감사로 시작되어 감사로 마무리된다. 


 감사를 가슴으로 배운 그녀이기에 지난 2009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던 날도 딸아이가 갑자기 망막박리로 실명의 위기에서 수술을 받던 날도 감사할 수 있었다. 감사의 보상은 본인도 딸도 현재 건강하다는 것이다. 


“봉사를 하고 돌아온 날 미리 받았던 건강검사 결과, 갑상선암이란 통고가 와 있었고 설상가상 망막박리로 딸아이마저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저보다는 자식이 우선이라 딸아이를 먼저 수술실로 보내놓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딸아이가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데 모든 게 너무나 감사할 뿐이었어요. 내 삶에서 내 모습이 가장 빛나고 예뻐 보였을 때가 바로 그 모든 상황들을 감사로 넘길 수 있었던 그날이었던 것 같아요. 감사를 배우고 나니 삶이 너무 행복해지더라구요.” 

 지나온 일들을 덤덤하게 들려주던 그녀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낭송해 준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어릴 적 땅따먹기 하던 생각이 납니다. 친구들과 손목에 힘 잔뜩 주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시잖아요.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땅이건 네 땅이건 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지요. 인생도 그런 거 아닐까요? 삶의 모든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하다가 엄마가 부르시듯 하늘이 부르시면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나는 것처럼요.” 


현재 그녀가 하는 일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하나같이 그녀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일들이다. 시낭송가, 더한힘 시낭송협회장, (사)선플운동 대전지부 여성위원장, 공주시립합창단원 등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앞으로 여기에 한 가지 일이 더해질 예정이다. 바로 국제결혼상담소 일이다. 

 

“우리나라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10:12라네요. 통계적으로도 국제결혼은 일반화 추세인 것 같아요. 국제결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서로에게 맞는 짝을 찾아주고 결혼 후에도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서 행복과 축복의 통로가 되고픈 게 저의 소망입니다. 다른 것은 욕심이 없지만 많은 사람의 행복을 챙기는 일만큼은 욕심을 부리고 싶어요” 


그녀와의 인터뷰는 길고 긴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낭송해 듣는 것처럼 부드러운 여운이 남는다. 그녀와 만났던 카페를 나오면서 나는 자꾸만 감사할 목록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서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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