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리의 작은 도서관 청향원 학봉리 사랑지기 <청향원의 이양숙 대표>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동학사 초입 학봉리, 장군봉 아래 3년전부터 청향원이란 한옥이 자리하고 있다. '옛집이 없는 마을은 추억이 없는 사람과 같다’는 어느 화가의 말처럼 이곳은 옛집이 되어 가고 있다. 다녀간 이들마다 저마다의 마음속엔 고향의 옛집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말이다.
철마다 꽃들이 피어나는 마당과 주변 산자락을 정원으로 들여앉혀 찾아 온 이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청양원. 이곳의 주인장은 이양숙 대표다. 손수 땅을 고르고 한옥을 지어 청향원이라 명명한 작은 도서관이다.
고즈넉함을 즐기는 그녀는 생활할 만한 시골집을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청향원 자리를 만났다. 처음의 이곳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고 한다. 함께 동행한 지인도 살펴볼 필요 없이 그냥 지나칠 집이라고 했지만 인연인지 그녀는 늦은 저녁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었단다.
어두움 속에서 다시 찾은 이곳은 잡초가 무성해도 새록새록 정감 가는 곳이었다. 망설임없이 터를 구입하고 기둥만 남기고 새롭게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공사를 마친 후 보던 책들을 가져다 놓으니 오래전부터 내집 같은 느낌의 공간이 되어 지금까지 그녀의 둥지로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으로 꾸몄다는 소식에 지인들은 찾아올 때마다 책을 모아다 주어서 이제는 제법 작은 도서관의 규모를 갖추게 되었단다.
"지역에서는 주인의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전 어머니께서 늘 장롱도 가질 자격이 있어야 주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자주 닦아주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 거죠.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내가 이 마을을 위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필요해요. 그래서 학봉리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어요."라고 이 대표는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그녀는 학봉리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문화전도사 일을 하기로 했다. 학봉리가 오래 된 도예지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소식지를 통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역사적 가치를 찾아가며 '학봉리 들마루'라는 작은 책자를 만든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잡지와 신문에 글을 써온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여기에 학봉리와 청향원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미된 것이다.
또 작년에는 청향원에서 학봉리 실버세대와 예비실버세대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펠트공예와 클레이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돈을 내고 해야 하는 줄 아시고 참여율이 떨어졌어요. 그 만큼 실버세대들을 위한 문화 활동이 없었던 탓이기도 하구요.”
앞으로도 그녀는 청향원을 문화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할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 19일에는 대한민국의 기라성 같은 동화작가 8인이 학봉리와 청향원을 찾았다. 이곳을 매개체로 학봉초등학교와 학봉리 노인정 등과 연계해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만나는 뜻 깊은 행사를 가졌다.
청향원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누구나 찾아와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사계절을 오롯이 품는 계룡산의 의연함을 감상하는 힐링공간이 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의식없이 들어선 무인텔이 옥에 티처럼 눈에 거슬린다는 점이다.
“계룡산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모텔과 무인텔이 계속 생겨나는 게 제일 안타까워요. 최고의 자연을 직접 경험하며 더불어 역사적인 유물과 유적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학봉리죠. 이 곳은 밭을 갈면 흙 반 도자기 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청자기 도요지였다는 흔적을 명백히 갖고 있어요. 단지 관광지 개발에만 초점을 두고 역사를 외면하니 문제죠. 여기서 제가 할 일은 독서 문화 공간인 청향원을 잘 이끄는 것과 함께 학봉리의 역사성을 부활시키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학봉리의 원주민보다도 더 학봉리를 사랑하는 그녀. 그녀와 함께 학봉리 마을길을 걸으며 만났던 길가의 꽃들과 주민들의 눈인사들을 보며 청향원은 계룡산과 동화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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