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영화치료사 김화정을 만나다-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4. 6. 24. 16:06

영혼에게 주사를 놓다 마음을 따스하게 품어주는 여자, 김화정 영화치료사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최근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의 예술과 심리치료를 접목한 치료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영화치료(cinema therapy)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심리학과 Stuart P. Fischoff 교수는 <영화란 영혼에 놓는 주사>라고 표현을 했다. 아마도 영화를 보면서 자신 안에 내재된 상처들을 이해하고 치유받기 때문일 것이다.

대전에서도 영화를 접목해 활발한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김화정 영화치료사를 만났다. 자그마한 외모지만 영화를 논하는 그녀의 진지한 눈빛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인해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의 호기심이 더욱 예민해진다.

 

“보편적으로 영화치료의 개념은 영화를 감상하고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심리치료의 수단으로 영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통칭하는 치료적 기법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군상담심리를 전공한 그녀가 영화치료사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은 심리학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후다. 그녀는 영화를 카운슬링이나 인지(행동)치료 및 지지적 정신치료 등에 접목함으로 심리치료의 부담감을 즐거움으로 전환시킨다.
 
“영화치료’의 영역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용 할 수 있는 상담의 매체이기에 여러 분야에서 집단상담과 개인상담 등과 연관 지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다닐 때는 ‘소통’이라는 주제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대상과 나이에 상관없이 이 일이 저에게 잘 맞고 즐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치료는 90년대 초반 미국에서 사회복지, 간호, 임상심리학 등의 전문가들이 집단상담 및 부부상담 등에 영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면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초기엔 필름치료(film therapy), 비디오치료(video work), 릴치료(reel therapy)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영화치료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한 것은 Berg-Cross에 의해서다. 대표적인 영화치료의 주창자 가운데 한사람은 미국의 Northridge Hospital의 Walter E. Jacobson 박사다. 그는 영화를 통해 환자들이 영화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심리치료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영화치료의 장점는 관람시간이 2시간이면 충분하고, 문자 해독력이 약하거나 지능이 낮은 환자,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점이다. 또한 독서치료보다 시간이 절약되고, 사람들에게 보다 가까이 있고 매체에 접근하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외에도 대중들에게 공통적인 영상 문자를 매개로 문화적 이질감을 쉽게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영화란 결코 보여줄 수 없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들을 리얼하게 시각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슬프거나 외로울 때 영화를 보고 실컷 울고 나면 답답한 가슴이 정화되는 느낌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이런 정화의 느낌을 통해 억압된 심리를 어루만지고 해소시키는 것이 바로 영화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관람자의 심리에 주는 영향은 크게 <기분>과 <인지>로 나눌 수 있다. 영화가 기분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서는 영화를 관람하고 난 이후에 불안 혹은 편안하게 느꼈는지, 불쾌 혹은 유쾌하게 느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또한 어떤 카타르시스나 감동을 느꼈다면 환기(ventilation)나 정서적 재경험(emotional reexperience)등의 심리기제가 작동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화가 인지를 변화시키는 경우에서는 영화를 관람하고 난 이후에, 어떤 상황을 보는 관점이나 생각이 바뀌었는지, 또는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때의 인지적 변화는 정서적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큰데, 그 이유는 영화의 정서에 대한 직접적 효과가 인지과정 이전에 선행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종류는 다양하다. 스스로 영화를 통해 치료하는 <자조적 영화치료-self-help cinema therapy> 치료자와 환자가 함께 하는 <상호작용적 영화치료-interactive cinema therapy)> 영화를 직접 만들면서 치료하는 <영화 만들기 치료> 등이 있다.

“다양한 심리치료에 영화가 활용되면서 문제점도 있습니다. 영화치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예술치료와의 차별성, 영화자체의 본원적으로 갖고 있는 심리치료 능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충분히 시도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접목은 자칫 위험할 수 있거든요.”

 

인터뷰 내내 조용조용한 말씨로 세상의 모든 소란스러움을 잠재울 것 같은 그녀지만 매일 매일이 분주함의 연속이다.

<대전지역 노인복지관 집단상담&시니어프로그램> <대전복지관 관할 프로그램 ‘대인관계 속에서의 의사소통 전문강사> <청소년 보호관찰소 집단& 개인상담> <대전지역 8개 초,중학교 부모교육 전문강사> <크리스토퍼리더십 더한힘리더십개발원 부원장겸 전문강사> 등으로 하루 스케줄이 짜여진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과 관공서 등에서 출강과 상담 및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덕대학교 유아교육과 ‘영화와 심리학’출강><건양대학교 뷰티미용과 ‘리더십’ 출강> <우송대학교 취업&인성캠프 집단상담 강사위촉><대전경찰청 ‘행복한 가족만들기’프로그램 영화치료 강사><전라북도 교사연수원><대전복지관, 대전홀트 프로그램> <대전교육청 촉탁 상담> 등이다.

“많은 곳에서 상담을 해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보호관찰소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일정부분 사회에 대한 저항과 사람에 대해 어느 만큼의 문이 닫혀 있는 아이들이기에 제가 갖고 있는 강점인 ‘따뜻함’을 더 잘 흡수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레이스 어브 모나코>란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인생을 살았던 여자인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도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지켜야 했던 것들은 결국 세상의 모든 여자들과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30~40대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낸 영화다.

 

그녀도 영화치료사로서 많은 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지지만 가정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여느 여자와 다르지 않다.
자신이 해오고 있는 일들이 의미가 있는 것은 반듯하게 자라 준 아들과 딸, 자상하게 외조를 아끼지 않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군대령으로 예편해 현재 대학에서 교육공학 및 교육학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은 든든한 그녀의 지지자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내 겸손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던 그녀를 보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를 만남으로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이 다시금 기쁨과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리라는 것을...

 

~김화정 영화치료사가 추천하는 심리치료 영화 베스트10~
<러스트 앤 본> <카모메 식당> <미드 나잇 인 파리> <스토리 오브 어스> <자전거 탄 소년> <당신이 그녀라면>

<노트북> <더헌트> <관능의 법칙> <오만과 편견>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참고문헌 : 심영섭의 <영화치료의 이론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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