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이재성 변리사 -대전검정고시동문회장-레이디타임즈 인터뷰

레이디타임즈 2015. 5. 5. 13:24

검동! 막강파워! 증명하다 대전검동회(대전검정고시동문회) 이재성 회장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검동회는 학연, 혈연이 아닌 인연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단체나 조직들이 혈연이나 학연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학연이나 혈연으로 연결되면 좋지’란 긍정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많은 비리사건들의 내막을 헤집다보면 여지없이 혈연이나 학연에 의한 부작용들이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연이나 혈연이 아닌 인연으로 맺어진 검동회. 풀어서 소개하자면 <검정고시총동문회>다. 전국의 검정고시 동문들의 수는 160만이 있다고 한다. 대전 충남지역에도 약 10만명의 검정고시 동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전검정고시동문회<이하 대전검동회>를 이끄는 이재성 회장도 대표적인 검정고시 출신 인재다.

“검정고시 출신 인재들은 정식 공교육 과정을 밟아 온 이들에 비해 아직도 동등한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습니다. 조직내에서는 학연에 의해 서로 이끌어주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위치라도 검정고시 출신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그도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패스했기에 동문들의 애환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겪었다. 더 많은 노력으로 특허법학박사가 되었고 국내외 특허 분야에서 최고의 변리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그가 대전검동회 회장이 되면서 동문들의 기가 팍팍 살고 있다. 학연이란 특별한(?) 고리에서 이탈되어 오롯이 자신들만의 실력으로 조직의 닫혀진 문들을 열어야 했던 검정고시 동문들. 그들에게 그는 희망의 멘토다.

“앞으로도 검정고시 출신들은 늘어만 갈 것이라 예측됩니다. 왜냐하면 과거엔 학비가 없어서 진학을 못하거나 학업을 중단했지만 지금은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중도 포기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죄악이기에 다시 학업을 계속하도록 이끌고 사회에 당당한 일원으로 세우는 일에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대전검동회는 공교육에서 밀려난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모교가 없는 검정고시 출신들에게 동문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대전검동회는 학업중단이란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도록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전지역 야학현장 지원과 야학 졸업자와 합격자에게 수료증과 장학금을 수여한다. 또한 검정고시 시험장을 찾아 볼펜과 음료를 제공하며 후배들을 격려하는 일도 주요 행사다. 또한 오는 5월30일 토요일엔 대전검동회 주관으로 전국의 검정고시 동문들이 대전으로 모인다. 계족산 황톳길을 걸으며 산행을 겸해 단결을 도모하는 행사다.

검정고시 동문들은 검동회는 학연이나 혈연이 아닌 인연이라고 말한다. 고난과 역경을 뚫고 일어나는 불굴의 의지와 따스한 인간미를 겸비한 이들. 하지만 이들만의 아픈 궤적으로 인한 상처도 많다. 이 상처들을 싸매고 보듬어 주는 이재성 회장의 열정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도 있다.
 
검정고시 합격자에게 교부하는 합격증서를 교육청이 주관하여 수여했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 대전만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교육청 주관으로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청 담당자에게 공문발송도 하고 교육감 면담신청 등의 다양한 노력을 1년 넘게 해오고 있다. 하지만 중등교육과장의 검토해 답변해 주겠다는 말뿐 시간이 오래 흘렀음에도 아직도 답변은 듣지 못한 상태다.
 
“공교육이 포기한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했다는 증표이기도 한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일반 자격증과 같이 치부해 버리는 공무원들의 이해되지 않는 마인드가 안타깝습니다. 합격증은 공교육에서는 졸업장과 동일한 것이기에 교육청에서 주관해서 수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패스하다
교육청 주관으로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수여하는 날을 고대하는 그에게도 아픈 과거는 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의 허리부상으로 9식구의 생계조차 어려워졌다. 그는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자전거에 부착하는 작은 전구를 생산하는 전구공장에 취직을 한다. 전구공장에서 1년여를 보내는 동안에도 배움에 대한 갈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교회에서 운영하는 야학을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15살에 처음으로 중학과정 검정고시를 봤다. 당시 검정고시로 패스해야 할 과목은 총9과목. 과목당 60점이상이면 합격이었다. 9개 과목 가운데 60점미만의 과목은 재시험으로 통과하면 되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소년 이재성은 9과목을 한번에 패스하지 못하면 진짜 합격이 아니라고 도리질을 쳤다. 그러나 첫 시험에서 전과목을 통과하지 못했다. 절망을 느낀 그는 친구와 무조건 서울로 상경한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철부지 어린 나이였는데도 나의 환경이 왜 그리 절망적으로 느껴지던지 매일 매일 희망이 보이지 않는 환경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겨울, 부모님 몰래 약간의 돈을 들고 친구와 서울로 도망을 갔지요. 아무 계획은 없었지만 입김을 하~하고 불어서 하얀 입김이 안 나오면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갔지요.”

서울에서의 생활은 지하철 노숙부터 국수공장 직공까지 15살 소년에겐 버거운 일상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무슨 일이나 한번 시작했으면 적어도 1년은 견뎌야 한다는 오기로 버티고 버텼다. 서울에서의 힘든 1년을 넘기고 다시 고향 대전으로 내려와 검정고시에 재도전한다. 이후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한남대학교에서 직무발명에 관한 연구로 특허법 분야 국내1호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그는 지난 2003년까지 총무처와 특허청에서 22년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서기관으로 명예퇴직하여 지금의 <재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를 오픈한다.
 
"어른이 돼서도 가끔은 투정삼아 어린 아들을 공부도 안 시키고 말야~ 전구공장에 취직이나 시키고 말야~ 하면서 15년을 어머니에게 투정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고생을 운명적으로 겪었던 것이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고생을 생각하면 살면서 겪는 어지간한 고생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으니까요”

 

특허를 알면 돈이 보인다
변리사인 그는 특허 관련해서 할 말도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 벌어졌던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세기의 특허소송>을 기억할 것이다. 시작은 애플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 했지만 삼성전자가 모바일기기에서 이메일과 사진 등을 다루는 기술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반박함으로 쌍방 소송으로 확대되었던 사건이다. 이 소송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특허자문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번리사로서 일선에서 일하다 보면 특허 무지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에 할 말을 잊는다.

“기업이나 관공서 등에서 특허자문관의 역할을 보편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허권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열티를 싸들고 미국으로 간다는 경우도 있고, 이미 특허를 받은 기술이 있는데도 알지 못해서 수년을 투자개발 하므로 물질적 시간적으로 엄청난 낭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리사를 통해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한 관련 분야 특허기술들이 무엇이 있는지 자문 요청만 했어도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을 놓쳐서 큰 손해를 보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특허에 관련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증거입니다”

 

특허를 알면 돈이 보인다고 역설하는 그는 국내휴먼특허와 해외특허정보가 거대한 노다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해외특허의 경우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전세계 특허등록 건수는 총 90만8862건이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등록된 건수는 6만8843건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등록되지 않는 84만19건의 해외특허는 국내에서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특허 가운데 법적인 제한을 받지 않는 선에서 관련분야 특허들을 선별해 활용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만 있다면 국가적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노다지가 묻혀 있다고 해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래서 특허 관련 전문지식들을 쉽게 이해하도록 특허상식들을 모아 <천만인의 특허상식>이란 저서를 출판했다. 또한 10여년전부터 공공기관, 연구소, 기업체, 군부대, 대학, 심지어 교도소까지 찾아가 특허를 주제로 열강을 토하고 있다. 특허를 제대로 알아야 노다지를 발견하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변리사이면서 동시에 그는 발명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발명은 못을 박지 않고 만들 수 있는 목재 기술인 일명 <목재결합구조>로 특허출원도 했다. 이외에도 바다와 호수에 녹조를 제거하는 가루도 발명했다. 발명품을 보여주며 열정을 다해 설명하는 그의 눈을 보면서 무수한 발명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번득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삐에로처럼 익살스럽다가도 송곳처럼 날카롭게 정곡을 찔러대는 박식함과 목화솜처럼 푸근한 인간미를 가진 이재성 회장. 검정고시 막강 파워를 제대로 느끼게 한 그와의 2시간여의 인터뷰가 정말 짧게 느껴졌다.
오늘도 그를 주축으로 대전검동회의 막강파워 제대로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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