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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서각하는 남자-산하 강철 서각작가를 만나다-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8. 1. 31. 10:51

서각하는 남자 산하 강철 서각작가를 만나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지난해 10월 레이디타임즈 7번째 일일찻집 & 바자회가 열렸다. 캄보디아 오지마을 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행사에는 많은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동참했다. 함께 해준 작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가 강철 서각작가다. 행사 당일 가장 먼저 도착해 행사를 점검해 주고 다른 작가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마음을 써 준 그가 있었기에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한 그가 서작을 접목해 만든 산하의나무이야기란 로고가 박힌 우드트레이(도마)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우드트레이가 아닌 소장가치 높은 작품임을 알아보는 이들은 작품성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놀라기도 했다. 이날 판매된 우드트레이 수입금을 몽땅 기부함에 넣어 준 그의 따스한 마음 또한 두고두고 고맙기만 하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던 그가 서각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년 전이다. 손재주가 뛰어나셨던 아버지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 나무를 만지고 다듬는 것이 좋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목공방에서 목공예를 배웠다. 그러던 그가 서각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목공방에 수리를 맡긴 찻탁을 보고 난 뒤였다.

“찻탁 상판에 서각으로 소나무를 새겼는데 얼마나 멋지던지 보는 순간 나도 서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결심한 것은 바로 시작해야 하는 성격이라 인터넷에 서각을 가르쳐 줄 사부를 구한다고는 광고를 냈지요. 인터넷 광고를 통해 목천 김병찬 작가가 연락을 해왔고 울림서각동호회를 소개받으면서 본격적인 서각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서각 입문 이후 서각과 관련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작품에 접목하고 배울 점이 있는 스승이 있으면 전국을 찾아 다녔다. 새로운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서각에 대한 그의 열정은 너무나 뜨거웠다. 그런 노력의 결과 제12회 충청서도대전 입선, 제13회 충청서도대전 특선상, 제19회 대한민국소품대전 최우수상, 제18회 韓.日 서각교류대전 우수상, 제36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2016 세계문인화대전 금상, 2017 부채예술대전 특선 등도 수상했다. 또한 대한민국 소품문인화대전 초대작가이며 韓.日서각교류대전 초대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모두가 본격적으로 서각을 시작한지 4년여만에 얻은 결실이다.

 

지난해 12월엔 첫 번째 개인전도 열었다. 갤러리 덤(채선당플러스 가수원점 內)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테마는 <서각 생활과 만나다 展>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주셨던 나무로 만든 돌고래며 자동차 등의 장난감을 생각하며 서각을 생활로 연결하자는 취지로 개인전을 연 것이다. 그의 개인전을 관람한 인원은 1천여 명이 넘는다. 반가운 것은 전시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그의 서각작품에 관심을 보였고 작품을 구매하는 소장가도 생겼다.

서각을 인생의 전부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는 그에겐 아버지뿐만 아니라 서각 작가로 키워 준 스승들이 많다. 목천 작가를 비롯해 울림서각동호회 회원들이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그의 삶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동호회원들과 작업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자 광주에서 대전으로 이사도 했다. 이후 서각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 해소되면서 서각 실력도 나날이 늘어갔다.

 

“지면을 통해 울림서각동호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서각에 입문하게 된 것도 울림서각회를 통해서 가능했고 개인전을 비롯해 서각작품들을 하나씩 탄생시킬 때마다 지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해주셨기에 서각 작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그는 서각작품이 단순히 벽에 걸고 감상하는 예술을 넘어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서 활용되어 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만든 우드트레이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예술작품이면서 생활도구로서의 두가지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음이다.

서각, 생활과 만나다란 테마로 <산하의나무이야기>란 브랜드도 만들었다. 우드트레이를 비롯해 생활과 연결된 다양한 소품들을 주문 제작해 준다. 예술성, 희소가치, 저렴한 가격 등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매니아층도 생겼다. 특히 그의 서각용품을 구매한 이들은 그의 철저한 작가정신에 매료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철저한 AS를 통해 관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소장하신 분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이 처음 작품을 보았을 때의 느낌 그대로 오래도록 작품을 애용할 수 있도록 AS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각 명장을 꿈꾼다는 그는 강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마음은 무척이나 순수했다. 칭찬 한마디에 아까운 것 없이 몽땅 자신의 것을 내어 줄 수 있는 넉넉함도 지녔다. 하지만 이런 순수함으로 인해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도 받는다. 그래서 매일 매일 서각 하는 남자가 된다. 서각하는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며 자기 반성의 시간이고 성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확신컨대 서각 명장이 되는 날까지 그의 작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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