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글꽃초등학교 윤석희 교장

레이디타임즈 2013. 4. 30. 17:34

교육은 사랑이다 글꽃초등학교 윤석희 교장을 만나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선생님하면 연상되는 것은 평범하고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무채색 정장을 입은 긍정적으로 말하면 얌전하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촌스러운 모습이 연상된다. 이런 고정관념을 확 깨버리는 선생님을 만났다. 바로 글꽃초등학교 윤석희(64) 교장이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녀의 모습은 심봉사가 보았으면 눈이 번쩍 떠질 만큼 화사하다. 원색의 꽃무늬 프린트 수트와 노랑, 파랑 원색의 원피스도 그녀가 입으면 모델처럼 멋지다. 남다른 패션 감각과 타고난 미모로 신임교사 시절엔 교사 잡지 <새교실>에 표지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용감한 패션으로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봄의 새순같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희끄무레한 무채색 옷을 입고 교단에 서는 것은 교사로서 예의가 아니지요. 나의 고객은 아이들이기에 해바라기처럼 선생님만 향하는 아이들의 눈이 확 떠지게 할 만큼 화사한 모습을 보여주면 두뇌에도 자극이 되어 창의력을 솟구치게 할 수 있잖아요.”

색채의 자극은 시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달되어 성장조직으로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식있는 이들은 오래전에 상황에 따라 색깔을 선별하여 적용해, 자극과 생기, 휴식과 진정의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녀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옷차림을 교육과 접목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있는 곳엔 우울함은 없다. 타고난 생기를 바이러스처럼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호기심 어린 장난스런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녀에겐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

 

43년간 교단을 지키며 틈틈이 창작한 시들을 엮어 <하늘빛 꽃향기 바람에 날리고>를 포함해 2권의 시집도 출판했다. 그녀의 시들을 읽어 본 이들은 마음을 매만져 주는 영혼의 언어들임을 단박에 감지한다.

“제 시들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치유를 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하며 시집을 엮어내었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졌는지 시를 읽고 전화를 주시기도 하고 만남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그녀는 43년간 사명처럼 교직을 수행하면서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소망이 있다면 사랑으로 학생을 감동시키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부임한 학교마다 모든 행사들이 신나는 이벤트로 진행된다.

<사랑의 일기쓰기> <장미꽃 한송이 졸업식> <저녁 졸업식> <학교를 예식장으로> <신규교사 임용식> <학교 음악회> <아버지 학교방문의 날> <꿈 동아리-꿈동이 꽃둥이> <독서퀴즈대회> <독서골든벨> <여름방학 영어캠프> <아버지와 다육식물심기> <과학체험 한마당> <천사지킴이> <사랑주고받기 다짐대회> <글꽃 나라사랑의 날> 등등.</happy 스쿨 1교1사협약식>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일련의 행사들을 신나는 축제 분위기로 유도해 몰입하게 만드는 비법은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그것은 사랑이라고 그녀는 주저 없이 말한다.

“교육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사랑입니다. 말썽부리는 아이 때문에 속상해 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아이와 대면해 속상해지는 순간에 아이를 보지 말고 잠시 창밖을 5초만 보라고 조언합니다. 운동장에 심겨진 나무를 보면서 교사란 제멋대로 커가는 나무에 거름을 주고 가지를 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가꾸는 정원사임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윤석희 교장을 잘 아는 이들은 그녀를 울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공무원인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수줍고 여린 공주로 자라난 그녀. 지금도 특수반 아이들의 밥 먹는 모습만 봐도 울컥 눈물이 솟구치는 여린 공주님이 되고 만다. 그녀는 어머니의 권유로 교사가 되면서 많은 영광을 누렸다고 고백한다.

43년간 <한국교육자대상 수상> <대통령상 수상> 등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발 벗고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 교사로서 아직도 잊지 못하는 학교는 처음 부임지인 논산의 가야곡 초등학교다. 그때를 회상하는 그녀의 눈이 그리움으로 젖어든다.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이 있는데 아이들과 폐품을 수집하고 나물을 뜯어 장에다 팔아 얻은 수입을 아이들의 통장에 저축하던 일이랍니다. 그 당시 국가적으로 저축을 장려하던 시절이었는데 대다수의 시골 아이들의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저축을 많이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과 나물을 뜯으러 산과 들로 다니며 자연공부를 겸해 돈을 벌었죠. 그 결과 저축을 가장 많이 하는 반으로 우리 반이 일등을 놓치지 않았지요.”

교사로서 그녀의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뜨겁다. 아쉬운 것은 그녀의 열정을 모두 펼칠 멍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욱 아쉬움 것은 아이들과 헤어지는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쉬움에 젖은 그녀의 모습이 유리창으로 비쳐드는 햇살을 받아 무척이나 곱다.

"교사로서 행복했는데 퇴임 후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은 멈출 수 없지요. 아이들에게 사랑의 일기쓰기를 쓰게 하는 일에 적극 나설 생각이고 또 다른 계획은 제가 신학을 전공해서 목사 안수를 받았어요. 그래서 작은 교회에 부목사로 재직하며 영혼을 먹이는 일에 매진하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교육은 그녀의 말처럼 사랑이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은 모든 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는 것이란 성경구절처럼 교사의 길은 사랑의 길임을 떠올리며 그녀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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