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김덕규 예술감독을 만나다-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4. 3. 14. 11:03

합창과 결혼한 여자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김덕규 예술감독을 만나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골드미스란 수식어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간절하게 달고 싶은 수식어일 것이다. <나는 아니야!>라고 말한다면 그건 허세라는 걸 본인도 알고 남도 안다. 내가 아는 많은 여성들은 최고의 골드미스 중에 한명으로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김덕규 예술감독을 꼽는다. 최고이면서 최초의 여성지휘자, 작곡가, 연출가, 수필가... 등등. 


그녀와 가끔 밥 먹는 사이가 되면서 그녀를 최고의 골드미스로 만드는 요소는 바로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임을 알았다. 그녀만큼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는 이도 드물 것이다. 마음껏 꿈꾸고 상상한 후 무대 위에서 감동으로 펼쳐내며 그 감동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에너지는 바로 상상이다. 


그녀의 상상 에너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을 통해 끊임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올해로 32주년을 맞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역사 속에 가장 많은 땀방울을 흘렸던 사람으로 <김덕규>란 이름 석 자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녀가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을 이끄는 시기마다 많은 도약을 했다. 지난 1997년, 일본 구마모토 국제청소년음악제에 참여. 지난 2007년 청소년합창단으로는 세계 최초로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에 초청 등.  


3대와 5대에 걸쳐 예술감독을 역임하면서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을 대전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세계적인 합창단으로의 자리매김하게 한 그녀. 지난해 7대 예술감독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에게 많은 시민들이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지휘자로서의 그녀의 저력은 우리나라에서 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 러시아 백야축제에 초청되어 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 음악원 카펠라 합창단 객원지휘(2006년). 우즈베키스탄 국립합창단 객원지휘(2007년). 캐나다 벤큐버 국제 지휘자 심포지움(International Conductors Symposium)에서 벤쿠버 챔버 합창단을 지휘. 국제합창올림픽 조직위원회(international Choir Olympic Committee)예술위원 등. 이외에도 국내외 많은 합창 콩쿨에서 수상을 하며 합창계의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가 음악과 친해진 것은 어린 시절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기에 자연스레 음악의 길로 진로를 택하게 된다. 목원대학교와 독일 레겐부르크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면서 작곡가로서 열정적인 삶을 시작했다. 작곡가로서 역량을 발휘한 것은 지난 1990년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 국제현대음악제에서 발표한 <컴퓨터와 그래픽 뮤직>이란 작품을 통해서다. 그 후 <맑은 종소리>를 비롯해 다수의 작곡집을 발표하면서 작곡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대전에 민간합창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바로 그녀다. <대전여성합창단> 창단을 계기로 대전에 다수의 민간합창단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음악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장관상(1982), 한국일보 사장상(1985), KBS한국방송공사 사장상(1988) 등을 수상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을 재해석한 그녀의 논문은 한국연구재단에서 발간하는 <음악과 민족지 40호>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처럼 인정받는 음악인의 삶을 살아가던 그녀. 지난 2001년 홀연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지인들을 놀라게 한다.  


“작곡가로서 합창 영역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어느 날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합창의 최고가 되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고 그때 저의 나이가 마흔넷이었는데 아직 제가 꿈꾸던 청사진은 완성된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합창의 명문인 미국 남가주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죠. 지금 생각하면 유학생활 기간은 저에게 있어 가장 성스럽고 거룩한 시간이었고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이 있었다는 것에 스스로가 대견하죠.” 

2003년 8월, 드디어 3년 만에 미국 남가주대학교(USC)에서 합창 박사과정을 마치고 합창 영역에서 그녀는 명실공히 최고가 되어 돌아온다. 유학에서 배워온 합창 전문지식들을 통해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단원들을 중고등학교에서 대학생까지 확대하여 재구성 한다. 그 결과 현재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음색의 하모니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합창단으로 재탄생시킨다.  


“합창은 서로 다른 목소리가 모여 화음의 조화를 이뤄내기 위해 절제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로 아름다운 일체감을 이루는 것이 합창입니다. 이 아름다운 일체감을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옆 사람의 소리를 잘 듣는 것입니다. 삶을 행복하고 조화롭게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잘 듣고 배려하는 사람들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합창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깊이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대전이 합창의 메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 일환으로 대전에 소년합창단 창단을 꿈꾸고 있다.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빈 소년 합창단> <아메리칸 보이콰이어> <독일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합창단> 등의 세계적인 소년합창단들이 그녀의 모델이다. 이들 합창단을 능가하는 소년합창단이 대전에서 탄생될 날을 꿈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덩달아 희망에 부푼다.  


“합창은 절제와 조화가 중요시 되는 화음 예술입니다. 21세기는 창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를 비롯해 다양한 학문을 넘나드는 통합형 인재가 절실합니다. 이러한 통합형 인재를 만들어내기 위한 좋은 툴의 하나가 합창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국내에는 유소년기를 위한 정서나 인성함양 등의 교육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소년합창단이 교육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 줄 것이고 합창지도의 완성 뿐 아니라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녀를 잘아는 지인들은 그녀처럼 재치 넘치는 여자는 없다고 말한다. 그녀의 재치는 일본의 구마모토 신문에도 실릴 정도다. 지난 1997년,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을 이끌고 일본 구마모토 국제청소년음악제에 참가하면서 넘치는 재치로 일본의 관중을 감동시킨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연주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단원 하나가 긴장한 탓인지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도 조용한 객석, 최고의 울림을 자랑하는 홀. 최고의 긴장감으로 노래되던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의 무반주 곡. 그녀는 이때보다 더 큰 기침소리는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 순간 그녀는 관중에게로 돌아섰다. 그리고 기침을 하고 있는 학생을 손으로 가리키며 관중들에게 박수를 부탁했다. 모든 관중은 일제히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다음날 아침, 구마모토 신문에는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한국의 지휘자, 김덕규”라는 제목의 글이 그녀의 사진과 함께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관중들의 커다란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지자 우리 단원은 충분히 기침을 할 수 있었고 물론 그 일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일본 NHK방송에 방송되는 영광도 얻었지요. 예고 없이 터지는 위기의 순간들이 종종 무대에서 벌어집니다. 그 위기를 재치 있게 풀어가는 것이 지휘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임을 깨닫는 순간이었지요. 기회가 되면 이런 순간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싶습니다.” 


그녀의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운 장소는 대학 강단이다. 그녀는 지난해 2월까지 중부대학교 예술체육대학 뮤지컬.음악학과 교수이면서 학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중부대학교 예술체육대학에는 총 13개의 학과가 있다. <산업디자인학과> <인테리어학과>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패션디자인학과> <디지털영상학과> <방송연예학과> <미용분장학과> <뮤지컬.음악학과> <실용음악학과> <사회체육학과> <골프지도학과> <특수체육교육과> 등이다. 이들 13개 학과를 통해 그녀는 최고의 예술체육인재들을 양성하는 또 하나의 비젼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들의 시샘을 자아내는 최고의 골드미스로 알려진 그녀지만 이미 오래전에 합창과 결혼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 행복한 여자라고 봄 햇살같은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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