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복을 디자인 하는 여자 샬롬 의상실, 김옥희 디자이너를 만나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무대복 전문 디자이너 김옥희 대표를 만난 것은 대전 목동 맞춤패션특화거리에서였다. 그 거리로 들어서니 12월의 을씨년스러움이 가득하다. 그 을씨년스러움 속에서 유독 생기를 주는 것은 <샬롬>이란 간판이다. 단체복, 연주복을 비롯해 뮤지컬 의상까지 무대복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그녀의 작업실이며 쇼룸이다.
샬롬 의상실은 거창한 광고 한번 없어도 대전맞춤패션특화거리의 파워를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다. 이곳을 아는 이들은 비단 대전의 예술인들만이 아니다. 러시아를 비롯해 해외의 예술인들도 대전의 변두리 의상실인 샬롬을 잘 알고 있다. 누구라도 한번 다녀간 이들은 ‘최고’라고 입소문 내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샬롬 의상실 김옥희 대표의 기술력과 창의성은 이미 뮤지컬 <허준>을 통해서 확실하게 각인 되었다. 뮤지컬 <허준>의 조선시대 의상 300여벌을 뮤지컬 의상을 전공한 내노라하는 디자이너들를 제치고 그녀가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디자이너로서의 탁월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칸타타 <다윗>을 비롯한 많은 칸타타 의상들도 음악을 듣고 사진만을 본 느낌만으로 척척 만들어 낸다.
디자인 감각도 감각이지만 디자이너로서의 배짱도 두둑한 그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겁 없이 의상실을 처음 오픈한 때가 그녀의 나이 21살 되던 해다. 이만하면 그 두둑한 배짱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올해 그녀의 나이 57세지만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은 37년이나 된다.
대구가 고향인 그녀가 친정엄마의 권유로 의상 디자인을 시작한 것은 여고시절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회의감으로 인해 그만둘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보고야 마는 그녀의 승부욕은 중도에서 멈추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이 후 21살 되던 해 옷 만드는 일의 모든 과정을 마스트한 후 곧바로 자신의 의상실 문을 열었다.
“지금도 곁에서 많은 응원을 해 주시는 친정어머니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도 오래 살았던 신여성이었지요. 그래서인지 어린 저에게 네가 어른이 되어 사는 시대는 여자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너만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을 배워야 된다고 하셨지요.”
그녀가 대전 맞춤패션특화거리에 둥지를 튼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결혼 후 대구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오면서다. 이곳에 처음 점포를 낼 당시만 해도 간판도 달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형편이었다. 하지만 현재 90여개가 넘는 맞춤복 업체 가운데서도 그녀의 의상실은 최고로 번듯한 매장이 되었다. 성공의 비결은 맞춤복이란 특화된 분야에서도 무대복이란 차별화된 분야로의 전환이 빨랐기 때문이다.
“중구에서 이 거리를 맞춤특화거리로 지정하면서 매년 패션쇼를 위해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처음엔 드레스를 만드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라 누구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제가 만들었는데 만들어진 드레스를 쇼윈도에 진열 하다 보니 드레스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맞춤이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인 무대복을 전문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선택을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아쉬운 것은 맞춤패션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퇴색되어 간다는 것이다. 기성복에 비해 비싼 원가와 현대적인 감각 결여, 수작업인 까닭에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상인들의 매너리즘이라고 그녀는 지적한다.
“이 곳에 입주해 있는 분들의 성실함과 기술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요. 기술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새롭게 익히고 업체마다 어느 곳은 블라우스, 어느 곳은 바지, 어느 곳은 코트, 어느 곳은 니트 등등 맞춤 품목의 다양성을 추구해서 각 업체마다 차별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된다면 다시 활성화된 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맞춤옷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맞춤패션특화거리를 꿈꾸는 그녀. 자신의 의상실 이름을 왜 <샬롬>이라 정했는지 알 것만 같다. 샬롬이란 단어는 그 의미처럼 평화, 평강, 정의, 질서, 조화 등이 어우러진 거리가 되길 바라는 그녀의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변화에 적절한 대응이고 기회가 왔을 때 재빠른 감지 능력이라고 한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처음처럼 을씨년스럽지 않았다. 이곳을 발전시킬 해답을 알고 있는 그녀를 통해 희망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곳엔 세계 예술인들에게 <최고>란 찬사를 받는 무대복 디자이너 김옥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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