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그려주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곽영미
인터리어 디자이너 곽영미 씨를 만난 것은 그녀가 직접 작업한 카페 보스톤에서였다. 그녀의 첫인상은 무심한 듯 시크함이다. 첫인상처럼 그녀가 완성한 카페 역시 자유로움 속에 정중함을 지닌 도회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많은 카페의 인테리어를 통해 감각을 표출해 내었던 그녀. 인테리어 업계에선 제법 인정받는 여자다. 그녀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아픈 추억이 많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녀의 10대 시절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는 중학생인 그녀를 공장직공으로 내몰았다. 이런 아픈 과거를 디디고 그녀는 밝은 웃음으로 다른 이들의 공간을 행복으로 디자인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 시절, 공장에서 일해서 받은 월급의 대부분을 가족들 생계비에 보태야 했어요. 그나마 저에게도 아주 적은 돈이지만 용돈이 주어졌는데 그 돈으로 매월 4권의 책을 사서 읽었지요. 그게 제게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그 시절을 버틸 수 있는 힘이었거든요. 그 때 읽었던 책 속에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철학을 배웠던 것 같아요.”
힘겨운 10대를 보내고 그녀는 20대를 맞았다. 어느 날 문득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자신이 사랑받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꿈꾸지 못했던 암흑속을 걸어나와 22살에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치열하다면 치열한 삶이었어요. 대학에 입학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모든 것은 지나고 나서야 소중해 지는 모양입니다.”
남성들도 힘들어하는 공사현장에서 그녀가 당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빈틈없는 전문가다. 야무지게 마무리하는 일솜씨가 알려지면서 그녀를 러브콜하는 곳들도 많아졌다. 주거 공간은 물론 웨딩홀, 병원 등의 리모델링, 카페 및 식당 등의 창업 공간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현장을 거쳐 온 그녀.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들이 넘쳐나는 작업현장에서 특유의 긍정적인 유쾌함으로 주변을 밝게 만드는 여자다.
“작업현장을 소위 노가다라고 표현하죠. 흔히 이 노가다 현장을 남자들의 세계라고 이야기들 하시지만 여성이기에 남성들이 놓치는 섬세한 면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설계부터 시작해 디자인 마감재 등의 선택과 시공 등의 모든 면을 전두지휘하다 보면 여성에게 더 적합한 분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정상에 올라섰지만 6년 전 1인기업으로 첫 출발할 당시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남성들과 호흡을 맞추어 가는 작업인데 트러블 없이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는 그녀. 지금은 동일업종의 남성들에게 의리있고 똑 소리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다.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늘상 주말부부로 지내지만 남편 앞에서는 여린 여자이고 아이들에겐 자상한 엄마다. 치열한 삶을 살았다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그녀의 에너지원은 가족이다. 그녀가 벌인 일이라면 무조건 동지가 되어 주는 남편과 그 곁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 세 명의 아이들이 그녀를 불사조처럼 살게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가족들이 모두 둘러 앉아 칭찬의 시간을 가져요. 아주 사소한 칭찬이라도 하자는 거죠. 별 것 아닌데도 서로를 격려해 주고 가족 간의 화합을 이루는 방법이기도 하더라구요. 저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인거죠.”
그녀의 동지이자 남편은 건축과 관련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다. 연애시절부터 건축설계를 기본으로 건축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알려준 남편. 그래서인지 느닷없이 벌어지는 현장에서의 어려움들을 실수 없이 대처할 수 힘이 생겼다.
“작업현장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수모도 많아요.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진행되는 상황이나 마무리할 여유가 있음에도 여자여서 저렇다는 말을 아직도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것에 대한 대처법은 침묵이죠. 하고 싶은 말은 결과로 합니다. 여자라서 저래라는 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더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요. 여자로서 이 업계의 부정적인 시각들을 타파하는 것은 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세대 여성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를 주어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인들이 말하는 그녀의 최대의 장점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가 맡았던 롯데시티호텔 현장에서의 일화는 그녀의 장점을 리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화다.
롯데시티호텔 현장에서 VIP를 위한 행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반짝거려야 하는 대리석 바닥이 빛이 나지 않았다. 인부들이 달려들어 닦고 닦아도 소용이 없자 빛이 모두 포기한 상태였다.
"순간 포기한 인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안 된다고 멈추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며 열심히 혼자서 닦고 또 닦았는데 대리석 바닥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거예요. 한계가 닥쳐도 반드시 해답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녀도 거친 작업현장이 싫어져서 잠깐의 외도를 하기도 했다. 타고난 감각이 남달랐기에 무대의상을 디자인하는 일도 했다, 하지만 ‘노가다판 중독’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그 덕에 현재는 도안에 집 지을 땅도 장만했다. 이 땅에다 내년쯤 건물을 지을 예정이란다. 인테리어와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전문샵을 짓고 싶은 것이다.
리모델링이나 창업 공간을 위해 방문하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고 누구나 들어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카페처럼 사무실도 꾸밀 예정이다. 준비성 많은 그녀는 카페를 위해 진작부터 바리스타 과정도 마쳤다.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녀. 청소년을 위한 체험공간도 함께 오픈한다.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래도 열어주고 싶은 그녀다.
“저의 청소년 시절은 행복한 꿈같은 건 상상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죠. 그래서 그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나무가 되고 싶은 겁니다. 멋있는 나무가 아니어도 편안한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느 집 광에서 조마조마하며 훔쳐 먹던 생쥐도, 둥지를 틀 나무를 찾는 새라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은 거죠. 이미 그 길을 지나온 경험자로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 주고 싶거든요”
오늘도 그녀는 삶의 스케치북 위에 꿈을 스케치하고 있다.
인테리어 문의 : 010-9557-3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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