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음과 손잡다 유혜련의 감성나들이 <용천사>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잡다한 계획으로 몸도 마음도 분주한 어느 가을날. 이웃지기 지암스님의 도반인 원광스님에게 점심 초대를 받았다며 느닷없이 동행을 하자신다. 마침 후배 우영이도 기대에 찬 눈빛이라 재고 말 것도 없이 따라 나섰다.
스님과의 느닷없는 동행 길은 거절했다면 10년은 후회했을 만큼 신바람이 인다. 이미 30여 년전 등단해 여러 권의 저서를 쓰신 시인이며 출판사 대표이신 지암스님과 이웃이 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음악들도 그분을 통해 알았다. 글쟁이로서의 자존감도 그분을 통해 배웠다.
원광스님이 계신 용천사로 달리는 대청호 길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색이 배어든 나뭇잎들의 오색손짓에 기뻐하며 푸른 대청호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드디어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에 위치한 용천사에 도착했다.
원광스님은 동지섣날 꽃 본 듯이 우릴 반긴다. 손수 차려주시는 푸짐하고 맛난 음식으로 모두의 미각은 최고의 호사를 누린다. 포만감을 느끼며 가을볕 따사로운 법당 뜰을 거닐고 있자니 감사가 절로 난다.
돌이켜보면 삶이란 느닷없음의 연속이다. 월급쟁이 기자에서 언론사 대표가 된 것도 그렇다. 그리고 허고 많은 곳들 중에 사무실을 지암스님의 옆 사무실로 정한 것도 또한 그렇다. 모두 느닷없이 이루어진 일들이다. 그런데 이 느닷없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감사하다.
내일은 어떤 느닷없음이 나에게 손을 내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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