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을 사랑하는 노인 청송 이성진 할아버지
출판사를 하는 지인에게서 책을 1권 선물로 받았다. 제목은 <훈민정음 제자원리>이며 저자는 청송 이성진으로 되어 있다. 책뒤 표지에는 <정도전의 일대기> <우리 민요 아리랑> <천지 창조의 수, 하나 둘 셋> 등의 거창한 제목의 책이 모두 저자의 또 다른 저서로 소개되어 있었다.
출판된 책들은 모두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그 중에서도 <훈민정음 제자원리>는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특히 이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글의 모음과 자음이 뒤바뀌어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모음으로 표기되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는 자음이고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ㅌ ㅋ ㅍ ㅎ>은 모음이 된다는 말이다. 책의 머리말에 ‘수천수만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천지음양 이치에 맞지 않아 하루속히 기존 표기들이 수정되었으면 한다’는 간곡한 당부까지 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주장일지 모른다. 하지만 기자로서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모두 옳다고 여기는 것을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둘째4권의 책을 출판했음에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아웃사이더만의 비애가 가슴을 짠하게 했음이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저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필자와 마주한 그의 모습은 덥수룩한 수염에 더듬거리는 말투며 영락없는 두메산골 영감님의 모습이다. 예의를 갖춰 명함을 건네는 그의 손이 몹시도 거칠어 보였다. 그의 올해 나이는 78세란다. 학력이 고졸이고 아무런 이력과 경력 없이 평생 농사를 지었고 현재도 고향 문경에서 홀로 과수원을 경작하며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그의 눈빛만은 총기로 반짝였다.
그가 홀로 농사를 짓는다는 경북 문경시 산북면 석봉리 249번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만 빼꼼하게 보이는 외딴 오지마을이다. 유일한 친구이자 배우자였던 부인과 지난 1988년 4월 사별하면서부터는 적막강산에 혼자가 된다. 해발 700미터가 넘는 휴대폰도 불통인 28년의 오지생활의 유일한 벗이라면 독서를 통해 만난 책속에 주인공들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을 저녁이면 그를 찾아와 상상 속에서 은하수 건너 북극성 아래 오작교를 건너고 직녀성 견우성 사이에 있는 칠성각에서 명상도 한다고 했다. 상상의 날개를 타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도 밤마다 만난다는 그의 고백이 낯설지만 이해가 된다.
“낮에는 과수원과 농사일을 하며 그런대로 지내지만 밤이 되면 적막강산 그 자체입니다. 그 적막함을 역학을 비롯한 많은 고서들과 벗 삼아 지내다 보니 세종대왕님도 만났고 대왕님이 28년 동안 집현전 언문청에서 각고의 고통을 무릅쓰고 창제하신 훈민정음 28자 음부호의 쾌, 양기호의 획, 상호 합의 부기 문자 제자원리를 영감으로 알게 되어 훈민정음 제자해 ‘초성모음’이란 원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에서 규정한 자음과 모음이 서로 역학적으로 반대되게 표기되어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자음과 모음이 뒤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근거를 물었더니 깨알 같은 글씨로 조목조목 훈민정음 제자원리에 발표한 자신의 생각을 메모로 전해왔다. 그가 전해온 내용을 나름의 지식으로 이해해 보려했지만 역부족. 메모 내용 그대로를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제자해에는 자음 모음 홀소리 닿소리 등의 용어 규정 자체가 필요치 아니하여 있지 않았다. 그리고 정음반포 100여년 후 1544년 중종조에서 국민계몽 교육용으로 간행된 훈몽자회에서 초성, 천점자리에 들어갈 모음 부호들의 음가를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 지옷 치옷 등이란 부호 명칭을 부른다고 하였다.
⋇ㄱ(기역)이 초성으로 쓰일 때 其(기) 발음 첫소리와 같고 ㄱ(기역)이 다시 받침으로 쓰일 때는 役(역) 발음 끝소리와 같다고 부호 ㄱ의 이름을 ‘기역’이라고 부르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니연(泥蓮)은 ㄱ의 그 뜻을 이어 받들어 나간다는 뜻으로 ㄱ+ㄴ은 아내 음양, 부부관계 성립 1. 생 2. 법 1+2=3 자식 탄생, 3,4 성환, 생기자생. 문자 탄생 원리.
천
자음기호 ㆍ -----------모음 ㄱ ㄴ ㄷ 출입구
지 ⚊ ㅣ인(모음조화)
여탄(如呑) 호(사람)흡 모음부호와 자음
ㆍ ⚊ ㅣ 기호가 호흡을 통하여 결합하여 문자 탄생되는 원리.
모음부호 들숨 날숨
) 문자 탄생 원리
초성 중성 종성
이상과 같이 모음부호 자음기호가 초성 중성 종성(천지인ㅓ)의 과정을 거치면 소리문자가 스스로 부기되어 탄생.
ㅡ 卽(즉)자 가운데 소리 같으니 ㅡ라고 자음 음가 표시
ㅣ 侵(침)자 가운데 소리 같으니 ㅣ라고 자음 음가 표시
ㅏ 담자 가운데 소리 같으니 ㅏ라고 자음 음가 표시
ㅓ 어자 가운데 소리 같으니 ㅓ라고 자음 음가 표시
ㅗ 홍자 가운데 소리 같으니 ㅗ라고 자음 음가 표시
ㅜ 우자 가운데 소리 같으니 ㅜ라고 자음 음가 표시
ㅛ 욕자 가운데 소리 같으니 ㅛ라고 자음 음가 표시
* 가운데 소리란 중성이라는 뜻.
訓民正音 制字解(훈민정음 제자해)
訓民正音 制字解 天地之道 - 陰陽五行 而己
천지지도, 일 음양오행 이이, 훈민정음이 만들어지는 근본이치는 음양오행의 변화의 위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초성해(初聲解)
初聲解 正音初聲 卽 韻書之字母
정음 초성이란 소리글자 어미(모음)이다.
聲音由 批而生 故曰母
소리음이 이 같은 이치에서 생겨나므로 이것을 모음이라 한다.
중성해(中聲解)
中聲者, 居字韻之中合初終而成音.
중성이라 하는 것은 소리 가운데서 초성과 종성이 하나로 되게 어울어 지는 소리를 낸다.
如呑者 中聲是.
초성부호들은 목구멍으로 삼켜서 호흡되어 나오는 소리가 중성이다.
종성해(綜聲解)
綜聲者 承初中而 成字韻.
종성이란 초중성에 이어지므로 원만한 소리문자가 이루어진다.
初聲 後用 終聲.
초성에 사용했던 모든 부호들은 다시 종성으로 쓸 수 있다.
正音 凡字必 初中終 合而成音.
정음 모든 소리들은 반드시 초성 중성 종성을 거쳐 하나가 되어져야 뜻을 가진 역동적인 문자가 이루어져 나오게 된다.
초성 ㄷ 모음 성모 동쪽
<보기> 동(東)- 중성 ㅗ 자음 성운 솟아오르는
종성 ㅇ 형성음 자형 ㅇ둥근 태양
⋇ 아침 해가 동산위로 뜨는 곳
이상과 같이 제자해 초성해에서는 초성에 쓰이는 부호들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등은 모음이라고 밝혀져 있다.
자음 머리가 되는 천점()은 모음부호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문자 생성 모태점이 된다.
중성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등의 홑소리들은 양기를 가진 홀아비 남자신분으로 十天午기에 의해 나의 호흡 호출에 의해 동서남북 상하좌우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로 자음이라 부르게 된다.
<조선어학회>
1921년 황해도 출신 주시경 선생님을 비롯, 최두선, 임경재, 권득규, 장지영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언문’ 훈민정음의 연구 발전을 위해 조선어학회 모임 단체 구성. 이어서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고 우리글 언문의 호칭을 한글이라 정하고 한글날을 10월9일 경축일로 결정함. 그리고 홀소리 십(十)자의 기호들의 표기 순서를 정하고 호칭을 모음이라 규정하였다.
이어 닿소리 14자(ㄱㄴㄷ...)의 부호의 표기 순서를 정하고 호칭을 자음이라 부르기로 규정함. 그리고 서울말을 표준어로 사용하기로 정하고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한글사전, 국어사전 등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 규정대로 자음(ㄱㄴㄷ..) 모음(ㅏ ㅑ ㅓ..) 등으로 표기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글을 배우며 사용하고 있다.
그리나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 7년 후 1940년 경북 안동의 한민가에서 ‘훈민정음 혜례본’ 원본이 발견되었다. 이 혜례본 원본 제자해에는 앞장의 저의 기록과 같이 훈민정음 초성 ㄱㄴㄷ이 모음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상이 그가 훈민정음 자음과 모음이 뒤바뀌었음을 주장하는 근거이다. 그가 건네 준 메모 마지막엔 “바른 교육이 진리입니다. 국민교과서와 한글사전 등에 기재하고 교육하는 기존 자모음 호칭이 바르게 다시 표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란 당부로 끝맺음이 되어 있었다.
인터뷰를 한 후 그는 청와대로 보낸 두 편의 편지와 우체국 발송 영수증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2015년 9월과 2016년 1월에 각각 청와대로 보낸 편지의 내용은 현재 국민이 알고 배우는 한글 자음과 모음의 잘못된 규정을 국가적 차원에서 대통령님이 다시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남북한 대치 상황 속에서 막중한 국사로 인해 격무에 시달리시며 여념이 없으신 존경하옵는 대통령님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나라 국어 수천 수만년 이어나갈 우리나라 말의 중요성을 생각하시고 장래를 위해서 이름없는 민초의 목소리지만 그냥 넘기지 마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대통령님으로부터 좋은 답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답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구부정한 노인의 뒷모습이 애잔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의 모음과 자음이 바뀌었다는 그의 주장은 할 일없는 시골 노인의 황당한 주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옛날, 갈릴레오의 지동설이 천동설에 밀려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되었듯이 어쩜 그의 주장도 한번쯤은 검토해 보아야 할 진실이 아닐까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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