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이 만난 사람

DIY로 소통하는 둔산동 주부- 나는 이쁜집 주인-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6. 4. 19. 11:56

나는 예쁜 집 주인
DIY로 이웃과 소통하는 둔산동 이종숙 주부


전문가 못지않은 DIY(do it yourself) 감각으로 자신의 공간을 멋지게 만들어가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 대전 둔산동에도 인테리어 감각을 자랑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종숙 주부가 있다. 주변에선 그녀를 ‘예쁜 집 주인’이라 부른다. 그녀의 그 예쁜 집이 궁금해 직접 찾아갔다.

현관문이 열리자 그녀의 감각이 흠뻑 배어든 아기자기한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접 만들었다는 인테리어 소품들도 하나같이 독특하다.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소품 하나마다 저마다의 특별한 스토리도 담겨 있다.

열대어가 사는 어항만 해도 그녀만의 스토리가 있다. 열대어는 이웃 주부가 그녀를 위해 선물했다. 어항은 다이소에서 1천원에 구입한 병과 철사 끈을 이용해 만들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어항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열대어. 그 모습을 사진 찍어 열대어를 선물한 이에게 보내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체념하며 그저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는 삶에 만족하며 살았던 그녀. 이런 그녀의 숨은 재능을 표출시켜 준 것은 남편이다.

“어느 날 남편이 재봉틀을 사가지고 왔어요. 어렵게 사는 친구가 부지런히 일을 해서 첫 집을 장만했는데 그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으니 저에게 커튼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재봉틀에 실도 못 꿰는 수준이지만 남편의 간절한 소원이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커튼을 만들어서 집들이 선물로 가져다 드렸는데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지요.”

이 후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방석, 테이블보, 쿠션, 이불 등의 패브릭 용품들을 손수 만들었다. 완성된 물건들은 누가 보아도 갖고 싶을 만큼 멋지고 근사했다. 패브릭 제작에 이어 집안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도 직접 시도한다. 집안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전문 업체에 견적서를 의뢰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마음껏 접목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집안을 직접 리모델링하는 일에 도전한다.

첫 번째 도전은 거실 벽이었다. 벽지 대신 과감하게 벽돌을 붙였다. 당시엔 누구도 집안 벽을 벽지 대신 벽돌로 마감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비용도 전문 인테리어 업체가 제시한 금액의 1/10 밖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감각은 미적 감각이라면 자타가 인정하는 화가였던 형님도 인정했다. 서울에 살던 형님은 그녀에게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 해 줄 것을 부탁해 왔으니 말이다. 형님 집도 그녀 특유의 벽돌로 실내를 마감하는 파격적인 감각이 접목되면서 폭발적인 찬사와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녀의 감각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엔 벽에 무언가를 붙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때였는데 집안 벽을 벽돌로 붙여 마감해 완성시킨 형님의 서울 집을 보고 멋쟁이 서울 주부들에게 입소문이 났고, 커피숍과 햄버거 집 같은 영업용 업소에서도 인테리어를 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는데 가정용 집을 포함해 수백 건은 해드린 것 같아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개성과 절약이란 시대적 코드와 딱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DIY를 통해 이웃 주부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이제는 새것만이 최고라던 주부들도 그녀를 위해 재활용 물건까지 찾아다 준다.

올해 나이 55세인 그녀는 DIY로 인해 날마다 행복하다. DIY를 통해 좋은 이웃을 만났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행복한 것은 자신의 솜씨를 쏙 빼어 닮은 딸과 함께 DIY숍을 오픈하는 꿈이라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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