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놓는 여자마들렌 스토리 전지연 대표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티타임을 즐기며 자수를 놓는 그림 속에 여인이 되고픈 때가 있다. 평화롭고 여유롭게 수를 놓는 귀부인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해 많은 여성들이 추구하는 자화상이 아닐까. 귀부인처럼 여유를 찾고 싶은 여성들 사이에서 프랑스자수 열풍이 불고 있다. 자수 인구가 늘면서 플리마켓이나 아트마켓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자수 제품을 선보이는 무명작가들도 늘고 있다.
마들렌 스토리 전지연 대표도 프랑스 자수에 관해선 자타가 공인하는 예찬자다. 자수에 관해선 할 말도 보여 줄 것도 많다는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했다. 공주 정안에 자리한 한적한 전원마을에 위치한 별장 같은 전원주택. 이곳이 그녀의 작업실이자 살림집이다.
그녀가 자수를 시작하게 된 것은 6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다. 분당에서 잘나가던 과외 선생님이었던 그녀가 공주로 온 것도 공기 맑고 한적한 곳에서 요양을 위함이었다. 요양하는 동안 딸아이를 돌보며 자수를 놓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냈다는 그녀. 하지만 완벽한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인지 암 발병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처음 암 진단을 받고 가장 절망적이었던 것은 당시 4살 된 딸아이를 두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프랑스 자수에 몰입하면서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가끔 그때 완성시켰던 작품들은 가끔씩 바라보곤 하는데 한 땀 한 땀 바늘이 지나온 자리마다 하나님께 올려 드렸던 간절한 기도였음을 느낍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정식으로 배워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녀. 프랑스 자수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서울을 오가며 프랑스 자수(Tapestry) 과정과 자수 연구회 Ecole B. T. A. F 연구과정까지 마쳤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지인들의 요청으로 대전과 세종에 정식 클래스도 열었다. 프랑스 자수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으면서 서울 Academy T. O. C 강사로도 위촉되었다.
프랑스 자수 뿐 아니라 하프돌 램프(half doll lamp)와 바비 실크 플라워 클래스도 열고 있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인형을 수입해 하프돌 램프와 바비 실크 플라워 등을 만들면서 그녀의 감각을 배우기 원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작가로서의 역량도 공주 <이미정갤러리>의 생활공예전과 공주 골목길 전시회를 통해 인정받았다.
반가운 것은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생겨나면서 커스터마이징 요청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정식으로 <마들렌 스토리>란 공방도 오픈했다. 공방을 오픈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는 그녀. 한국의 전통미와 프랑스 자수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단어를 꼽으라면 융합과 콜라보란 단어일 것입니다. 프랑스 자수 특유의 엔틱함은 한국의 전통미와 결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자수와 한국적인 요소들을 융합하고 장인정신을 가진 핸드메이드 작가들과 콜라보해 세계인들의 감각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국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것을 가져다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일본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일본인들의 지혜로움이다. 그녀를 통해 그 지혜로움을 터득한 똑 소리 나는 또 한 명의 한국여자를 보았다. 그것이 자수 놓은 여자 전지연이 펼쳐 보이는 새로운 프랑스 자수의 세계를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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