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의 감성나들이

새한서점-예정된 시간에 당도하다-레이디타임즈

레이디타임즈 2019. 8. 29. 11:46

예정된 시간에 당도하다 유혜련의 감성나들이-단양 새한서점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단양의 산속에 위치한 새한서점에 당도한 순간이 그랬다. 처음 온 곳임에도 왜 이리도 낯이 익은 걸까. 비에 젖은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오솔길을 지나 서점으로 가면서 예정 된 시간에 당도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으로 나를 이끈 것은 철학자 니체다. 신은 죽었다고 말하는 니체의 오만의 근거를 찾고 싶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면서 니체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심리학 교수인 지인에게 니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추천할 책을 물었더니 <니체가 흐느낄 때>란 소설을 읽어 보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책은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헌책방들을 모두 뒤졌지만 역시나. 시나브로 니체에 대한 관심이 소멸될 무렵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새한서점과 관련한 글을 읽게 되었다. 영화 내부자에 촬영지가 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새한서점.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이곳에 가면 모든 책이 다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은 이미 이곳을 향해 달음박질이다.

새한서점으로 가는 날은 흐느끼듯 비가 내렸다. 흙 내음 고스란히 풍기는 맨땅에 미로처럼 이어지는 수많은 책장과 책장들. 그 책장마다 빼곡하게 꽂힌 책들의 길고 긴 줄맞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쉽게도 이곳에서도 그 책은 찾을 수 없었다.
비록 흐느끼는 니체는 데려 올 수 없었지만 나무는 펄프가 되고 펄프는 종이가 되고 종이는 책이 되고 책은 다시 나무들 곁으로 회귀되었다는 것. 그리고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숲속에 서점을 오픈한  사람을 통해 나는 니체를 보았다. 

밖엔 여전히 니체가 흐느끼듯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위치 :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본길 46-106 구(지번) 주소적성면 현곡리 56 (지번)
문의 : 010-9019-8443
오픈 : 오전 9시~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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