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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타임즈 2021. 7. 5. 12:13

복덩이를 지고 가는 여자 미용기능장, 심상희 헤어디자이너를 만나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살아가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기 몫만큼의 지고 가야할 삶의 짐이 있다는 것이다. 위로가 되는 것은 그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신은 우리에게 감당할 만큼의 짐만을 지게 하신다는 것이다.

자신의 짐을 감사하며 행복하게 지고 가는 여자를 만났다. 대전 중구 중촌동 412번지에 위치한 헤어샵 요술가위 심상희 헤어디자이너다. 그녀의 행복한 짐이란 지적장애 2급인 딸 민영이다. 다른 이들에겐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지만 그녀에겐 복덩이고 기쁨이다.

 

민영이가 태어나던 날은 그녀에겐 너무나 기쁜 날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보통의 아이들의 성장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슬픔은 절망이 되어 갔다. 하지만 절망은 딸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강한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딸의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일이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전국의 수많은 장애치료 기관들을 훤히 꿰고 있을 정도로 안 가본 곳이 없다. 그렇게 20년이 지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민영이는 조금씩 발전해 갔다. 모든 것을 대신 해주어야만 했던 상태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갔다.

 

엄마의 정성 속에 민영이는 지난해 고구려대학교 피부미용학과에 진학했다. 엄마처럼 미용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영이의 노래하는 재능도 발견했다. 주변에서 가수시키라고 할 정도로 트로트를 기막히게 잘 부른다. 수많은 트로트 곡들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부르는 민영이의 노래는 주변사람들을 기쁘게 해 준다.

 

민영이처럼 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은 그녀에게 교육비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비법이 있다면 기다림이다. 반복적인 경험의 기회를 갖게 하지만 결과에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 주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좋아 하는 일을 발견해 개발해 주는 것도 장애 아이를 가진 엄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장애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기다림을 배우는 일이 가장 힘이 드는 일입니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능숙해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기에 더욱 더 엄마의 기다림이 절실한 이유겠지요. 희망이 있는 것은 참고 기다려 주면 아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발전해 간다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엄마가 되어야 딸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기에 자신의 발전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녀다. 지난해 9월엔 미용기능장도 취득했다. 힘든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뤄가는 그녀에게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미용기능장 시험에 7번 떨어지고 8번째 합격을 하면서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딸에게 힘든 것을 극복하고 목표한 것을 이루는 당당한 엄마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헤어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친정엄마의 조언 때문이다. 전문직 중에서도 헤어 분야를 택한 이유도 명쾌하다. 모발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직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삶을 긍정적으로 대면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는 점도 선택의 이유다.

 

최고의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많은 곳에서 결실을 맺었다. 미용기능장 취득(2019), 아시아 국제미용대회 특별상 수상(커트/염색부문 2016), Japen 세계국제 이미용대회 고전머리 단체전 입상(2019) 등이다. 이외에도 고전머리 및 사랑채 시연으로 청와대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헤어디자이너가 되면서 보람도 많이 느낀다. 특히 헤어스타일이 바뀌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소극적인 삶에서 적극적인 삶으로 변화되는 이들을 만날 때다. 실제로 그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며 최고의 헤어디자이너로 그녀를 추천하는 이들도 많이 만났다.

 

“처음엔 고객으로 만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대소사를 챙기고 서로 걱정하고 기뻐해 주는 가족이 되어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이 곁에 있기에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헤어디자이너로서 또 다른 보람은 바로 미용봉사를 통해서다. 지난 1998년부터 시작된 그녀의 미용봉사는 올해로 20년이 넘었다. 봉사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누군가에게 나눠 줄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알게 된 기쁨이다. 특히 딸 민영처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할 때면 정성어린 손길은 간절한 기도가 된다. 봉사시간 내내 부디 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길 기도하고 염원한다.

 

장애 딸을 키우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꿈도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자립을 위해 미용기술을 교육해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더 나아가 장애인 미용인들이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국책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오래전부터 꾸어 온 꿈이다.

 

그 일환으로 미용계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된다는 사명감도 느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미용인재들이 많은 나라다. 이들의 뛰어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해 상생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조직 차원에서 창출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용인들의 권익보호 및 역량강화를 위한 조직적인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리나 명예에 연연해하지 않고 모두의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어 줄 젊고 진취적인 젊은 미용인들의 활약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인재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꿈을 이뤄갈수록 더 큰 꿈을 꾼다는 그녀. 누군가는 미용사로서 최고의 위치인 미용기능장이 되었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편하게 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딸을 위해 더 높은 꿈을 향해 달려가기로 했다.

 

“엄마는 딸의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사는 엄마를 보면서 우리 딸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맞닥뜨린 상황을 헤쳐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우린 너나없이 지고 가야할 삶의 짐이 있다. 그 짐을 복덩이로 만드느냐 돌덩이로 만드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녀를 만나면서 삶의 짐이 아무리 버거워도 그 속에서 꿈을 찾고 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바로 우리 모두의 신성한 의무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미용 기능장(2019)

헤어샵 요술가위 대표

Japen 세계국제 이미용대회 고전머리 단체전 입상(2019)

아시아 국제 미용대회 커트or염색 특별상 수상(2016)

청와대 감사장(사랑채 고전머리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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