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의 감성나들이

홍차가게 <소정>

레이디타임즈 2012. 12. 20. 18:04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상을 받는 것처럼 횡재 같은 시간이 주어지는 날이 있다. 내 마음을 당기는 사람과 근사한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털어 놓는 시간. 로또에 당첨된 순간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로또 당첨금 같은 지인을 따라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자루만한 이야기보따리를 둘러메고 도착 곳이 바로 홍차의 집 <소정>이다.

 

 

오늘 아침, 까치는 감나무에 앉아 반가운 손님을 예고했었나 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 듯 반겨주는 소녀 같은 주인장. 그 반기는 미소에 이끌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간간히 흩뿌리는 눈발 섞인 빗줄기가 주렴처럼 드리워진 유리창 너머로 저 멀리 안개서린 회색빛 대청호가 보인다. 창문 너머 하얀 갈대들도 ‘잘왔다’고 저만치서 여린 손을 흔들어 환영해 준다.

 

말 잘 듣는 아이들처럼 예쁜 홍차 통들은 벽면 선반 위에 나란히 줄을 맞춰 앉아 있고 주인장은 서둘러 향기 나는 홍차를 내린다. 홍차 향기를 맡고 있으면 홍차로 이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었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왠지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처음 개발 되었다는 홍차는 네덜란드를 거쳐 유럽의 귀족과 상류계층들에게 전해졌다. 당시 유럽의 귀족들에겐 홍차를 마시는 시간은 우아하고 신비스런 동양의 정취를 즐기는 그들만의 고급스런 문화 향유의 시간이었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위해 아편전쟁도 불사할 정도로 목숨을 걸고 홍차를 마셨다.

 

 

 

에로스, 쥬뗌므, 웨딩 임페리얼, 볼레로, 파리의 오후, 오페라, 카사블랑카, 루즈 사하라...

 

 

 

홍차의 이름을 읊고 있자니 마치 시인이 된 듯하다. 각각의 홍차마다 향기가 다르고 맛이 다르고 마시는 사람들마다 느낌이 다르다. 홍차가게 <소정>에선 홍차를 테마로 각자의 느낌으로 추억과 꿈을 브렌딩 한다. 꿈과 추억이 블렌딩된 홍차는 어떤 맛이 날까?

 

우릴 위해 홍차를 우리는 주인장의 모습에서 친정엄마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잠시 잊고 있었던 그 옛날의 따스했던 어릴 적 추억이 아슴푸레 피어오른다. 잠시 식었던 마음에 다시 온기가 채워지는 기분 좋은 이 느낌!

 

난 행복을 보았다.

 

홍차의 집 <소정>에서...

 

 

 

 

 

위치 : 충북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