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척교를 걷다가 우연히 시선을 돌린 곳에 참한 여자 같은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조차 프랑스 자수 카페 <향수>다. 마침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 잔이 간절하던 차라 재고 말고도 없이 문을 열었다. 역시 참한 여자 같은 분위기다. 야생화가 수놓아진 정교한 프랑스 자수 작품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구석구석 장식되어 있다.
테이블보, 러그, 쿠션, 베개커버, 방석, 앞치마 등등, 다양한 물건들마다 야생화 꽃들이 만발하다. 마치 꽃이 만발한 드넓은 초원에서 맘에 드는 야생화들만을 콕콕 집어 옮겨 심은 듯하다. 화려하지 않아서 정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은은한 느낌이 오래도록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은은한 유혹에 빠져 한참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댔다. 1층부터 2층까지 이 잡듯 뒤지고 나서야 홍차 한 잔을 시켜놓고 자리에 앉았다. 홍차의 향기는 그윽했다. 감성의 포만감이 온몸을 나른하게 한다. 참한 여자가 된 듯 해 기분이 흐뭇해진다.
서양자수의 기초는 프랑스 자수다. 수놓는 기법의 종류가 많아도 쉽게 익힐 수 있다. 또한 실용적이며 재료와 용구의 준비가 간편하고 응용 범위가 넓다. 옥양목, 포플린, 아마, 망사,우단, 가죽, 비닐 등 바늘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놓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래도 수놓았을 때 가장 예쁜 것은 목화씨가 드문드문 박힌 <광목천>이 가장 예뻐 보인다.
러닝 스티치, 아우트라인 스티치, 체인 스티치, 케이블 스티치,프렌치 노트 스티치. 새틴 스티치, 롱 앤드 쇼트 스티치,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 헤링본 스티치, 카우칭 스티치, 버튼홀 스티치.... 자수기법을 외우며 수를 놓던 여고시절 가정시간처럼 갖고 싶은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지도도 해준다.
카페를 운영하는 안주인은 두사람이다. 한 사람은 광목쟁이로 이름난 나순녀 님, 다른 한사람은 퀼트전문가로 유명한 문주 님이다. 두 안주인의 화장기 없는 얼굴은 광목천에 수놓아진 청순한 들꽃 같다.
자수와 상관없이 편안하게 들어와 차를 마시고 지인들과 티파티, 생일파티도 할 수 있다. 1층 말고도 2층도 감성 충전공간이다. 목척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창을 바라보며 푹신한 방석이 깔린 좌식탁자에 앉아도 좋다. 동행한 이들이 많다면 커다란 테이블가에 들러 앉아도 좋다. 프랑스 자수 카페 <향수>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대들은 참한 여자로 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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