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목사내아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긴다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달랑거리며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보내고 맞는 기로에 서서 한해를 마무리하고자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에 나주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초청이 왔다. 좋은 기를 받은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획하고 싶다는 나에게 지인은 나주 목사내아(內衙) <금학헌>을 소개해 주었다.
목사내아란 조선시대 나주목에 파견된 지방관리 목사가 머물던 살림집이다. 목(牧)의 역사는 고려 성종 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종 983년 지방제도를 정비하며 전국의 중요지역에 12목(牧)을 설치했다. 이때 호남지역에서는 나주, 승주, 전주 3곳에 목(牧)을 설치하였다. 이후 현종9년(1018년) 지방제도를 완비하면서 12목을 8목으로 조정하면서 전주와 승주는 제외되고 나주만이 호남의 목으로 남았다고 한다. 목사란 이 목(牧)에 파견된 지방관으로 행정, 사법, 군사권 등을 모두 가진 최고 책임자를 말한다.
현재 나주시에서는 나주목사내아를 전통문화체험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금학헌(琴鶴軒)>이라는 새이름을 붙여 고택펜션으로 일반인들에게 오픈하고 있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좋은 기를 받는 명당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정치인, 사업가, 큰일을 앞둔 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다녀간 이들이 말하는 목사내아의 스토리텔링을 공개하면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이곳에서 자고나면 계획하던 일들이 성사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엔 주한미대사인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가 목사내아에 묵으며 이곳의 역사와 온돌문화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목사내아의 <금학헌>엔 모두 6개 객실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객실은 <유석증 방>과 <김성일 방>이다. 고맙게도 지인은 내가 나주에 도착하는 날에 맞춰 나주목사내아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도록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그것도 제일 기가 강한 방인 <유석증 방>으로 말이다.
<유석증 방>의 주인공인 유석증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형조참의를 지낸 후 1619년 나주목사로 부임하였다. 목사로 재직하면서 청렴한 마음으로 백성들을 사랑하는 선정을 펼치므로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목사로서 임기가 끝나자 백성들은 유석증의 임기를 연장해 줄 것을 나라에 청하였다. 나라에서 백성들의 청을 받아들여 유석증을 다시 나주목사에 제수하자, 백성들은 쌀 300석을 나라에 바쳐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유석증과 함께 백성의 사랑을 받는 목사는 김성일이다. 그는 나주 최초로 호남의 가사문학과 퇴계 이황의 철학을 논할 수 있는 대곡서원을 세운 사람이다. 목사 시절 백성의 송사를 현명하게 처리해 어리석은 백성들도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지인이 예약해 놓은 유석증 방으로 들어서니 큰방이 있고 그 안에 작은 문이 달린 다과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고풍스런 고가구와 황토염색 보료가 깔린 방은 따스하고 아늑했다.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따스한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우니 온 세상에 좋은 기가 모두 스며드는 것만 같다. 이 편안함 때문일까 <유석증 방>과 <김성일 방>에서 머물다간 사람들에게서 좋은 일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위치 : 전남 나주시 금계동 33-1
문의 : 061)332-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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