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련의 감성나들이

그리움을 반기는 곳-담꽃

레이디타임즈 2012. 12. 17. 07:41

 

 

 

 

 

누군가를 그리워할 대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운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더 행복한 일이다. 공주시 반포면 하신리에 세상에 온갖 그리움을 반기는 곳이 있다. 전통찻집 <담꽃>이다. 낮은 담장 안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꽃들은 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지나는 이들을 유혹한다.

 

 

 

 

꽃들의 유혹에 못 이겨 열려진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파아란 잔디마당 주변으로 온갖 꽃들이 만발하다. 줄기 줄기로 뻗어가는 넝쿨식물들은 지금 벽을 기어오르는 경주가 한창이고. 마당을 가로질러 고양이 가족이 산책을 즐긴다. 앞서 찾아온 이들은 <담꽃>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대추차 달이는 달콤한 냄새에 끌려 방으로 들어섰다. 토굴처럼 옹망 졸망한 방들이 개미굴처럼 연결되어 있다. 방방마다 길다란 앉은뱅이 찻상 위에 찻잔과 어우러져 이름 모를 야생화가 어여쁘다.

 

앉은뱅이 찻상 둘레엔 야생화를 수놓은 하얀 옥양목 방석은 어찌 그리 단정한지... 마치 옷매무새 단정한 여인네의 품속같다. 대추차를 앞에 두고 창 너머로 정원을 바라보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그리움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리움을 볼 수 있는 안경이 있다면 좋겠다! 머물다 간 사람들이 남겨 두고 간 수많은 그리움의 빛깔들이 어우러져, 오색의 무지개로 드리워져 있을테니까!

 

그리움을 풀어내기에 적당한 곳 <담꽃>.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그리움이 겹겹이 무지개로 드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