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원의 <청산별곡>

최병원과 함께 떠나는 몽블랑 트레킹<3>

레이디타임즈 2015. 11. 23. 11:10

몽블랑 트레킹<3>최병원의 청산별곡-산악인들의 꿈이 서린 몽블랑트레킹 하이라이트

최병원  |  여행가


산악인들의 꿈이 서린 몽블랑 트레킹 하이라이트

# 사흘 째 여정 - 북알프스를 연상하게 하는 브레방 트레킹(8 5)

라 플레줴르 산장 7:25 벨라샤 산장(2276m) 13:05
플랑프라 갈림길 9:35 큰 도로 15:30
돌탑 10:22 알펜로즈 산장 16:00
브레방 정상(2525m) 11:24
 

날씨 : 구름 낀 후 갬 기온 : 섭씨 10~15도 산행거리 : 13.6km 산행 시간 : 8.5시간

 

산장에서 일찍 일어나니 주변이 온통 안개로 자욱하다. 속설에는 안개가 많이 끼면 날씨가 맑다고 했는데 오늘도 트레킹에 대한 기대가 된다. 점심을 챙긴 후 일행들이 산허리를 따라 걷는데 산봉우리들이 구름에 싸여 몽환적인 모습으로 숲길을 오락가락하게 한다.

 

오늘 코스는 어제 보다는 오르막이 적지만 브레방 정상으로 가는 길이 너덜지대가 많고,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길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샛길에서 가이드가 비박하는 두 사람에게 길을 물어 코스를 찾아 언덕을 올랐지만 잘못된 길이란 걸 확인하고, 케이블카 정류장 밑으로 다시 산허리를 돈다.

 

알펜로즈와 각종 야생화 그리고 잘 익은 까만 불루배리의 신맛이 나그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블루베리를 먹은 산양의 배설물이 까맣게 길 한가운데에서 시선을 끈다. 구름이 가득한 산록을 따라 걷던 중 연세 많으신 일행 한 분이 발걸음이 무뎌지더니 결국 케이블 정류장 근처 갈림길에서 멈추고 만다. 더는 같이 갈 수 없음이다.

 

어제 된비알을 무리하게 오는 것이 무척 힘에 부쳤나보다.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브레방에 오르고 그곳에서 하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가이드를 따라 케이블카 표를 구하기 위해 내려간 사이 50분을 갈림길에서 기다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브레방을 오르기 위해 능선을 향하는데 기다림의 시간은 자꾸만 길어진다.

 

가이드가 돌아와 앞서간 일행들을 따라잡기 위한 오르막길 질주는 숨이 가쁘고 다른 팀들을 추월하게 되었는데 언덕의 꼭대기 근처에서 우리 팀과 합류했다. 피로는 쌓였지만 다리가 많이 풀려 걷는 데는 수월하고 무릎 통증도 없어 좋았다.

 

DES AIGUILLES ROUGES라 적힌 돌탑에서 일행들과 조우한 후 인원을 확인하니 먼저 간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갈림길이어서 헷갈릴 가능성이 있어 염려가 되었는데 휴대전화로 통화하여 정상적으로 걷고 있음을 확인한다.

 

브레방으로 가는 길은 흡사 북알프스 코스와 많이 닮았다. 군데군데 만년설과 돌무더기 그리고 너덜이 이어지고 해발 1800~1900m의 산허리 길과 암릉 그리고 절벽들이 위험지대로 일행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가이드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자꾸만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데 브레방 정상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일행들은 추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상 근처에서 먼저 간 두 분과 만난 후 차가운 점심을 먹는다. 다행히 보온 통에 준비한 뜨거운 물로 추위를 덜어 본다.

 

 

구름에 싸인 브레방은 주변을 분간할 수도 없을 지경으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다. 2,525m의 아찔한 첨봉 브레방은 샤모니에서 케이블카로 직접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오던 길을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우린 하산을 서두른다. 저 아래 옥색 빛을 띠는 작은 호수들이 랑탕의 고샤인 쿤드를 연상하듯 아름답다. 부서진 돌들로 내리막길을 걷기가 무척 까다롭다.

 

멀리 보이는 조망은 흡사 백두산에서 중국의 벌판을 바라보는 광경을 연상한다. 광활한 평원 그리고 긴 산자락 능선이 한 폭의 그림으로 눈이 즐겁다. 산꼭대기를 감싼 구름을 따라 우린 하산을 재촉하는데 그간 감춰졌던 몽블랑(4,810m)의 하얀 모습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을 이고 있는 신비스러운 모습의 몽블랑은 확연한 모습을 잠시 보여주고 곧바로 모습을 감춘다. 아귀 디 미디(3,884m)와 숨바꼭질하듯 우리를 반기는 몽블랑의 모습에서 일행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지금까지 어려웠던 브레방(2,525m) 여정의 말미를 장식한다. 아귀 디 미디 옆 첨봉인 그랑 조라스(4,208m)도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파노라마에 합류하는데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대자연의 모습에서 가슴을 뛰게 한다.

 

벨라샤 산장(2,276m)에서 잠시 쉬면서 대자연의 극치인 몽블랑과 아귀 디 미디 그리고 그랑 조라스를 바라본다. 스위스 인이 운영하는 산장에는 빨간 바탕에 십자가가 그려진 스위스 깃발이 펄럭인다.

 

1 2일의 긴 여정의 말미를 환희의 순간으로 만들어 준 몽블랑의 하얀 미소는 2시간 내내 내리막길 감동으로 다가온다. 흡사 수직 절벽과도 같은 지그재그 내리막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그러나 침엽수림과 첨봉들의 눈이 부신 모습들은 피로를 잊게 한다.

 

패러글라이더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이 펼치는 오색 공중 향연이 더욱 더 샤모니 골짜기 모습을 아름답게 한다. 트레킹과 스키 그리고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는 샤모니에서 만끽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라고 한다.

 

전나무 숲과 첨봉들의 장관은 오후 3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지루하고 위험할 하산 길이었지만 몽블랑의 하얀 모습은 이번 트레킹의 백미였다. 마음껏 몽블랑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었던 것은 환하게 갠 날씨의 영향이었지만 북에서 남쪽으로 향한 능선의 멋진 코스였기에 제격이었다.

 

산록에서 만난 트레커들은 가족들과 환하게 웃으며 휴식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면에 나타난 보송 빙하와 타코나 빙하가 길게 샤모니를 향해 흘러내려 장관을 연출한다.

 

온종일 몽블랑의 경치에 취한 일행들은 산장에서 맥주 파티를 열며 1 2일의 여정을 축하한다. 맛깔스럽게 차려진 저녁 식사와 곁들인 맥주 파티는 샤모니의 정취와 어울려 더없이 아름답고 훈훈했다. 원주에서 온 분과 분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온 대학생이 먼 길 여정에 힘들었는지 만찬 내내 신나는 무용담을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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