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원의 <청산별곡>

최병원과 함께 떠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2>

레이디타임즈 2015. 11. 23. 11:12

에베레스트 트레킹<2>최병원의 <청산별곡>

최병원  |  여행가


에베레스트 뷰와 탱보체의 멋진 조망

2015.1.12. 월 
남체(3,440m)→상보체(3,720m)→에베레스트 뷰 포인트(3,650m)→상보체→남체 : 4시간 


긴 밤을 겨우 지새우고 밖을 나서니 햇살이 비치고 하얀 설산 콩데(4,250m)가 약간 노랗게 물들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일행들은 고소 적응을 위해 뒷산에 올라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로 향했는데 남체 바자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목하고 푹 파인 골짜기에 많은 집들이 파란 지붕을 이고 옹기종기 아름답다. 왼쪽 언덕에는 학교와 군부대도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면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 호텔(3,880m)로 가는 길이 있다. 일본인이 지은 이 호텔은 이름처럼 멀리 에베레스트 모습이 보인다. 세계 3대 미봉이라는 아마다 블람(6856m)도 보이고, 그 옆에 눕체(7861m), 로체(8516m), 에베레스트(8848m) 봉우리가 조금 보인다. 테라스에 앉아 이 설산의 풍광을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모두들 아름다운 히말라야 설경을 보고 가슴이 벅찬지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에베레스트 뷰에서 보이는 설산의 전체적인 모습은 안정적인 구도와 적당한 구름 그리고 코발트빛으로 가득한 하늘이 만나는 대자연의 장관을 보여준다. 이곳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일찍이 호텔을 지은 일본인들의 혜안이 부럽기만 하다. 하얀 설경을 이룬 벌판을 따라 뾰족한 히말라야 설산의 경관은 가히 대자연의 극치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아마다 블람의 모습은 근접할수록 더욱 신비스런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구름이 살짝 지나가는 여운은 세계 3대 미봉의 위치를 재확인한다.
돌아오는 길에 상보체 방향에서 에베레스트(8,848m)와 눕체(7,861m), 아마다 블람(6,856m), 촐라체(6,335m) 조망한다. 에베레스트는 모습을 조금 보여주지만 신비감을 주었으며, 구름에 가린 눕체의 모습도 황홀경으로 다가온다.
상보체 비행장 근처에서 보이는 두 개의 큰 봉우리는 남체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탐세르쿠(6,608m), 서쪽으로 꽁데리(쿰비올라 혹은 쿰비라 5,761m)가 우뚝 솟아 마을을 바라본다.

 

최고의 조망터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에서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모습과 설산의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하산하는 도중에 일행은 큰 사고를 당했다.
하산 길에 한국 가이드가 진흙 길에 미끄러져 다리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오른쪽 발목이 180° 돌아가는 큰 부상을 당했는데 포터와 가이드들이 업어서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의사가 없어 롯지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헬기로 루크라로 이송하였다.
팀을 보좌하는 한국 가이드가 부상으로 이송되면서 일행들에게 불안한 기색이 돈다. 설상가상으로 저녁 무렵에 전주에서 오신 분이 가슴이 막힌다며 괴로워한다. 아마도 고소증세가 나타난 것 같다. 대전에서 온 여자 대원은 증세가 많이 완화되어 에베레스트 뷰를 무난히 다녀왔다. 고소 적응을 위해 머문 남체 바자르의 롯지는 불안과 추위 그리고 고소에 적응하려는 대원들이 조용하지만 길고 차가운 밤을 보낸다.  


2015.1.13. 화 
남체→사나사(3,600m)→풍기텡가(3,250m)→텡보체(3,860m)→디보체(3,710m) : 7시간 


부상당한 인솔 책임자는 루크라로 헬기 이송 후 카트만두로 이동하여 입원 치료하기로 결정하여 남체 롯지에 머물렀다. 일행들은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길을 떠난다.

 

에베레스트 하이웨이를 따라 컁주마를 거쳐 풍기텡가까지 하행 트레킹을 하게 되는데 상당한 오르막을 오르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트레킹 중에 밀양에서 온 대규모 팀과 다수의 외국인 트레커들과도 만났다.
커다란 수차 세 개가 돌아가는 마니차가 인상적이었던 롯지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한 후 쿰부지역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텡보체로 향한다. 텡보체로 향하는 도중 탐세르쿠가 계속 주위를 맴돌며 함께 한다. 된비알에서 야크와 소떼를 여러 번 만났지만 설산을 마주하고 걷는 즐거웠다. 언덕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고, 아름다운 텡보체 사원이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널따랗게 자리하고 있다.
날씨는 너무도 쾌청하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진행하며 이처럼 좋은 날씨를 보인다면 약간의 고소와 추위도 문제될게 없을 것 같다. 하얀 설산과 파란 하늘 그리고 뾰족한 첨봉이 펼치는 대자연의 모습은 행복한 선경으로 아름답다.

 

사원에서 히말라야 연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오르막 산행의 피로를 푼다. 일행들은 미끄러운 눈길을 따라 디보체까지 트레킹을 계속했다. 이동 중에 에베레스트, 로체, 아다마 블람, 눕체 등이 잘 보였는데 중간에 지났던 사나사는 고쿄리로 가는 분기점이라고 한다.
눈이 쌓인 촐라패스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린 먼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를 오른 후 상태를 보아 촐라 패스를 넘기로 했다.

 

풍기텡가(3,250m)를 지나서 텡보체(3,860m)를 거쳐 디보체(3,710m)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상당히 힘들고 고도차를 느끼게 했다. 밀림 숲을 지나며 보았던 아마다 블람은 바라보는 내내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다가와 트레킹 여정이 행복했다.
디보체 롯지에서 일행이 체했다고 하면서 식사를 들지 못한다. 하지만 고소증세를 보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고소 약을 주며 간호하지만 별로 나아지는 기색이 없을 것 같다.
해가 지는 파라다이스 롯지 지붕 너머로 붉게 물든 노을이 선명하다. 파라다이스 롯지(PARADISE LODGE) 난롯가에서 휴식하는데 3-PASS와 3-RI를 넘는 트레킹을 25일째 하고 있다는 한국인 부부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롯지는 총총히 밤을 맞는데 심하게 코를 고는 대원들 덕분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을 못 이룬다. 문득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카시오페아, 오리온, 은하수, 거문고, 북두칠성 그리고 수많은 별들이 가득하다. 정녕 외로운 산꾼에게 히말라야의 밤은 무척 길고 지루하며 춥다. 

 

※ 아마다 블람(Ama Dablam 6,856m) : 알프스의 마터호른, 안나푸르나의 마차푸차레와 함께 ‘세계 3대 미봉’이라 불리는 쿰부히말의 아마다블람. ‘어머니의 목걸이’란 산 이름에 걸맞게 두 팔을 벌리고 선 어머니 품 안에선 빙하가 반짝이고, 이를 향해 새가 날아들고 있다. 아마다 블람은 히말라야산맥의 지맥인 네팔 동부의 쿰부히말에 속한 산으로 주봉의 높이 6,856m. 또 하나의 낮은 봉우리는 5,563m. 아마다 블람의 의미는 '어머니와 진주목걸이'라는데 진주는 만년빙을 의미한다. 1961년 마이크 길(Mike Gill)·배리 비숍(Barry Bishop)·마이크 워드(Mike Ward)·월리 로마니스(Wally Romanes) 등이 처음으로 등정하였다. 아마다 블람에는 셀파를 제외하고 약 430여 명의 산악인이 등정에 성공했다. 아마다 블람 정상을 등정하려면 수준 높은 암벽, 빙벽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레이트 타워라는 험한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려운 구간에는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선우 등산연구소장(월간 마운틴 발행인)이 1983년 동계 초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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