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원의 <청산별곡>

최병원과 떠나는 몽블랑 트레킹<2>

레이디타임즈 2015. 11. 23. 11:09

몽블랑 트레킹<2>최병원의 청산별곡-본격적인 몽블랑 트레킹 여정

최병원  |  여행가


 

산악인들의 꿈이 서린 몽블랑 트레킹 하이라이트

#2 본격적인 몽블랑 트레킹 여정(샤모니-몽록-라 플라줴르 산장)(8월 4일) 

산장 출발 7:45 쉐즈리 호수 12:55
버스 정류장 8:00 락 블랑 호수(2352m) 13:52
버스 출발 8:30 작은 쉐즈리 호수 14:35
몽록 도착 9:20 돌탑 15:00
첫 봉우리 10:44 라 플레제르 산장 15:35

날씨 : 맑음 기온 섭씨 11~17도 산행거리 : 9.6km 산행 시간 : 8시간

 

산장에서 1 2일 트레킹 떠날 짐을 챙기느라 새벽부터 분주하다. 모두들 얼마나 짐을 챙겨야 할지 몰라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부산하다. 남은 짐은 알펜로즈 지하 창고에 보관하고 슬리퍼와 물통 그리고 옷과 우비 등을 챙기니 의외로 배낭이 불룩하다. 특히 배터리 충전기와 여벌옷이 분량을 차지한다.

 

아침 식사로는 맛있는 빵과 커피 그리고 요구르트가 나와서 기분 좋은 시간 이었다. 산장을 출발하여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중에 샤모니 주변 풍광이 시야에 들어와 싱그러웠다. 몽블랑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던 중 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세탁소에 맡겼던 등산화 뒷부분 옆이 터진 것이다.

 

도저히 트레킹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등산화를 급하게 구해야 했는데 줄달음쳐서 장비점을 찾았다. 여러 종류의 제품이 없는지라 부랴부랴 발에 맞는 것을 골라 신고 일행들에게 돌아왔는데 그 황당함이란 이루 표현하기 민망하다.

 

오랜 산행 경험으로 연륜이 굳은 산꾼에게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지다니……. 세탁한 등산화를 확인하지 못한 불찰이 크다.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버스를 타고 샤모니를 통과하여 동쪽 계곡으로 향한다. 버스 안은 프랑스 여성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만원인데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가 무척이나 시끄럽고 요란하다. 이때 배낭은 벗어 바닥에 놓아야 한다는 에티켓을 꼭 지켜야 한다. 선채로 40분을 달려 트레킹 시작점인 샤모니 북쪽 몽록(ontroc)에서 도착 한다.

 

오늘 점심은 빵과 복숭아 그리고 요구르트인데 불룩한 배낭에 부피를 더한다. 몽록 마을을 출발한 일행들은 낙엽송과 전나무 그리고 그림같이 가꾸어 놓은 전원주택들을 지나 큰 도로와 만나는 휴게소에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솔길 같은 길을 따라 산비탈을 오르는데 숲은 사라지고 가파른 바위 사이로 알펜로즈(키 작은 철쭉 종류)를 비롯한 키 작은 관목지대가 이어진다. 샤모니 계곡 건너편으로 아르장띠에 빙하와 에귀 베르트(4122m), 메르 데 글라스 빙하, 그랑 조라스(4208m), 그랑 샤르모(3482m), 에귀 디 블라띠에르(3522m), 에귀 디 플랑(3673m), 에귀 디 미디(3842m)로 이어지는 침봉들이 펼치는 파노라마가 장관이다.

 

쉐즈리 호수(cheserys)라 적힌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물이 흐르는 바위 기슭에 오르니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답다. 도중에 귀여운 산양 세 마리를 만났는데 다행스럽게 카메라 촬영에 성공했다. 알프스 바위에 우뚝한 산양의 모습은 보면 볼수록 귀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작은 호수 두 개가 있는 호수를 만났는데 모두 쉐즈리 호수라 부른다. 호수를 바라보며 아침에 준비해 온 샌드위치를 든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조망이 좋아 즐거운 식사가 되었다.

 

가파른 언덕을 넘어서니 큰 쉐즈리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는 샘물처럼 맑은데 날씨가 청명하면 샤모니 침봉들과 몽블랑이 반사되어 환상적인 경치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구름이 낀 날씨 때문인지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쉐즈리 호수를 지나 가파른 바위 길을 따라 능선을 타고 넘어 30분 정도 오르니 락 블랑 호수(Lac Blanc 2352m)에 도착했다. 이 호수 물빛은 쉐즈리 호수와 달리 빙하가 녹아서 만든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락블락 산장에서 보이는 주변 산군의 경치가 일품이다.

 

산장에는 주변 경관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은 대부분 TMB 팀들이 첫날밤이나 마지막 밤을 보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고 늘 산장이 복잡하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하늘에 빛나는 별빛과 샤모니 불빛을 볼 수 있는데 트레킹 마니아들에게 멋진 밤을 선사하는 곳이라고 한다.

 

락 블랑 호수를 뒤로 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도중에 연둣빛 풀밭이 인상적인 작은 쉐즈리 호수를 만나 또 한 번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이내 내리막길을 따라 플레줴르 산장으로 향한다. 노정에서 아기를 등에 맨 프랑스인들과 한 가족이 산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이들의 산행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작은 등산화가 앙증맞은 어린이들의 산행 모습과 과감하게 길을 걷도록 유도하는 프랑스 부모들의 교육 방법도 체험한다. 건강한 모습이 절로 보이는 프랑스인들이 두 세 명의 아이들을 손에 잡고 걷는 모습에서 그들의 인구 정책이 성공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케이블카 정류장 휴게소에서 첫 날 트레킹을 기념하는 맥주 파티를 열었는데 1병에 5유로하는 몽블랑 맥주로 한껏 기분을 냈다. 알콜도수가 약간 높은 몽블랑 맥주가 목 줄기를 타고 넘을 때 느끼는 쾌감이 너무 좋았다.

 

플레제르(La FLEGERE) 산장의 저녁 만찬은 여유와 풍요 그리고 낭만이 가득한 훈훈한 자리가 되었다.

고즈넉이 위치한 산장에서 바라보는 샤모니 시내의 불빛 경치가 너무도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산장에서는 우리 팀 12명이 모두 같은 통로에 위치한 방에서 묵게 되었는데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밤이 되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었더니 아주 쉽게 깊은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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