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원의 <청산별곡>

최병원과 함께 떠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3>

레이디타임즈 2015. 11. 23. 11:14

에베레스트 트레킹<3>투클라패스와 로부체패스를 지나 EBC(5,350m)에 서다!

최병원  |  여행가


투클라패스와 로부체패스를 지나 EBC(5,350m)에 서다!

2015.1.14. (수)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영하 5도~영상 6도 
디보체(3,710m) → 소마레(4,010m) → 딩보체(4,410m) 


추운 디보체 파라다이스 롯지의 밤은 길고 지루했다. 꽁꽁 언 화장실과 물 티슈를 보니 이젠 에베레스트 Imja khola 깊숙이 들어 온 것이다. 서둘러 짐을 꾸리고 롯지에서부터 아이젠을 하고 길을 떠난다. 오늘은 팡보체를 지나 소모레에서 점심을 들고 오르막과 계곡을 지나 딩보체까지 트레킹 한다. 고도는 3,710m에서 4,410m로 제법 올라간다. 계곡을 따라 산사태와 폭우로 부서진 다리를 지나 산허리 언덕을 오르는데 후미 대장이 정신없이 달려와 대열을 멈춘다. 엊저녁부터 고소증세를 보이며 힘들어 하던 일행이 도저히 함께 갈 수 없어 남체로 내려갔다.
대열을 정비한 일행들은 임자강 계곡을 따라 팡보체(Pangboche 3,930m)를 지나 소마레(shomare 4,010m)의 Pasang lodge에 일찍 도착하였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쳐지기는 했지만 롯지에서 충분히 쉬면서 에너지를 축적한다. 약간의 머리 아픈 증상과 얼굴에 열이 발생하여 불안하기도 한다.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데 농부의 감자를 다듬는 모습 그리고 야크 배설물로 땔감을 만들어 보관한 풍경이 이색적이다. 처마에 매달린 향로가 지역 주민들의 믿는 모습으로 수긍이 가고, 아마다 블람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고산 주민의 고단한 애환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에서는 전기가 부족해서 태양열 집열판으로 주전자의 물을 끓이는 광경이 목격된다. 점심을 조금 맵게 먹으니 입맛이 돋는다. 약간의 고소증세가 일행들에게 엄습하고 있음이 확연하다. 고소 약을 복용하고 선두에서 천천히 걷는다. 최대한 심호흡하며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으니 의외로 컨디션이 살아났다. 일행과 발을 맞추어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계곡을 따라 걷는다. 천천히 걸으며 전방에 보이는 에베레스트, 눕체, 아마다 블람을 아주 가까이서 조망한다. 

페리체와 갈라지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철다리를 지나니 아담하고 안락한 딩보체(Dingboche 4,410m)마을이 반긴다. 마을 어귀에는 하얀 색깔과 파란 눈동자가 아로새긴 초르텐이 있는데 노란 콤바 지붕 너머로 에베레스트와 눕체 그리고 아일랜드 피크(Island peak or Imja Tse 6,189m)의 하얀 연봉이 안정감 있게 다가온다. 우측으로 추쿵리(5,550m)의 모습도 보이는데 우리가 묵을 Good Luck hotel은 상당히 잘 지은 롯지였다. 남향집인 롯지는 단열이 잘 된 방과 꽤나 따뜻한 홀이 있어 트레커들에게 너무도 흡족한 보금자리였다.
 3,710m에서 4,410m의 고도차를 견뎠으니 모두들 힘이 드는 모양이다. 트레킹 일정에서는 이곳에서 추쿵을 다녀오는 고소 적응 기간을 거치는데 우린 직접 로부체를 향해 떠난다. 어쩌면 오늘 밤과 내일 그리고 모레의 일정이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이다. 석양에 에베레스트와 눕체 그리고 아마다 불람이 붉게 물든다.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렉 맥커운은 ‘바쁜 건 나쁜 것’이라는 주장을 폈는데, 성공하기 위해선 ‘본질적인 소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센셜리즘은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의 사고방식을 실천하는 삶을 의미한다고 말하며, “삶의 지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데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마음과 같이 물어 보라고 말한다. 
“지금 나는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나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가? 에센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일과 기회 중에서 정말로 중요한 소수를 가려내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바쁜 것이 좋은 것일까. 인터넷 버블과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경제가 망가뜨린 적이 있듯 오늘날에는 ‘바쁨의 버블이 존재한다.” 
“성공하기 전까지는 몇 가지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뒤에는 기회가 많아지고 에너지가 분산된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 결국 처음의 성공이 다음 성공을 방해하는 촉매가 된다.”
“에센셜리스트가 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적어도 석 달에 한 번 정도는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간 무엇을 해왔고, 어떤 일이 중요했는지, 어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허비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다음 분기를 계획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목표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성공이란 건 상당히 주관적이고 불안한 개념이다. 인생을 놓고 볼 때 사회적인 성공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에 대해 우리는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화목한 가정과 좋은 친구가 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담론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 에센셜리스트(Essentialist) : 가장 중요한 일을 선별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정말로 중요한 일을 선별적으로 골라내고, 그 일에 시간과 자원을 집중하면 해당 부문에서 큰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내가 나의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 최고의 성과 : 무엇을 하지?(본질적인 것) 왜 하지?(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서) 언제 하지?(가장 적절한 때에) 


2015.1.15. (목)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영하 7도~영상 2도 
딩보체(4,410m)→두클라(4,620m)→투클라 패스(4,830m)→로부제(4,910m) : 7시간

딩보체 롯지의 편안함 때문인지 모두들 아침에 일어나 짜이차를 마시며 컨디션이 많이 회복됨을 느낀다. 고도가 높아지며 모두들 긴장된 모습들이다. 머리가 아팠던 젊은 대원도 감기 몸살 약과 고소약 그리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자신을 추스른다.
오늘은 페리치 우측 두사 초원을 따라 두클라(Dughla 4,620m)까지 트레킹한 후 점심을 들고, 투클라 패스(Thokla Pass 4,830m)를 넘어 빙하 지대 옆을 따라 로부체(Lobuche 4,910m)에서 숙박하는 일정이다. 
롯지를 나선 후 페리체가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 초르텐을 지나니 타보체 피크와 촐라체 그리고 넓은 초원 지대가 로부체 콜라를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다. 군데군데 유목민들의 거처와 돌로 쌓은 목장들이 나타나는데 몇 마리의 야크도 만났다. 주변엔 히말라야 연봉들이 병풍처럼 둘러 싸여 포근함을 주기도 한다. 목장 중간쯤에서 포터와 쿡팀 일행과 만나 단체 사진도 찍어 본다. 어제와 달리 모두들 여유를 찾고 있었다. 이젠 어느 정도 고소증세에 적응되는 모습들인데 내딛는 발걸음들이 가볍다. 
타보체 피크(Taboche Peak 6,367m)와 촐라체(Cholatse 6,335m) 그리고 빙하지대가 묘한 평행선을 이루며 달린다. 정녕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가는 노정이 이렇게 멀고 험하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어쩌면 고쿄리와 촐라 패스를 넘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에 간다는 계획은 무리한 일정이었는지 모른다. 눈이 쌓여 고쿄리와 촐라 패스를 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뻔 했다. 하지만 산행 경험이 뛰어난 이번 원정대는 맑은 날씨와 탄탄한 멤버십으로 잘 헤쳐 나가는 편이다. 두클라(Dhukla 4,620m) 롯지는 촐라 패스를 넘는 갈림길에 있고, 에베레스트로 가는 투클라 패스(Thukla Pass 4,830m)를 넘기 위한 쉼터로 중요하다. 많은 셀파와 마방 그리고 쿡과 포터들이 식사와 휴식을 위해 꼭 들른다. 
롯지 주인 딸이 지나는 포터와 손님들에게 어리광 부리며 선물을 받는 모습이 꽤나 호기심을 끈다. 모두들 이심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감정을 어린 녀석도 다 알고 있는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한 후 일행은 패스를 넘는 숨가쁜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200m 정도의 언덕이지만 상당한 된비알이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느긋하게 언덕을 오른다. 어쩌면 고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은 언덕이다. 숨이 막힐 정도의 폐활량을 쏟아내며 고개에 오르자 초르텐(티벳 불교의 불탑. 탑의 색깔은 흰색)과 타르초(줄에 매단 티벳 불교 경전을 깃발)가 바람에 나부끼며 산객을 반긴다.
언덕을 오르면 평평한 고원지대가 있는데 여기에는 산에 오르다 숨진 수많은 산악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에베레스트 메모리얼(추모비)이 있다. 돌탑과 추모비는 한국 산악인의 비석도 보이고, 이름 모를 전세계 산악인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것을 추모하고 있다. 
투클라 패스에서 바라보이는 남쪽 로부체 콜라와 아마다 블람(6,856m), 탐세르쿠(6,608m), 강테가(6,685m)의 위용이 한 폭의 그림이다. 빙하지대를 따라 너덜과 돌부스러기 지대를 한참 지나니 전면에 우뚝한 푸모리(pumo Ri 7,165m)가 나타나고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로 연결되는 쿰부 빙하 지대가 열린다. 빙하지대를 따라 1시간 여를 걸으니 아늑한 갈림길에 우리가 묵을 로부체(Lobuche 4,910m) 롯지가 나타난다. 
주변에 잘 지은 롯지와 리조트가 보이지만 우리가 묵을 롯지는 매우 시설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들 긴 하루의 휴식을 위해 지친 몸을 의지하며 마음껏 게으름을 피워본다.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로 가기 위한 전초 기지인 로부체의 밤은 정녕 길고 춥다. 저녁에 구름이 한 차례 몰려오더니 눈발을 휘날린다. 걱정 반 한숨 반으로 난롯가에서 추위를 이기던 일행들이 밤을 지키는데 홀연이 하늘이 맑아지며 총총 별들이 떠오른다.
내일의 날씨가 맑기를 기원하며 침낭 속으로 한없이 파고든다. 너무도 추운 긴 밤에 침낭과 핫백 그리고 뜨거운 물이 든 두 개의 물병은 구세주였다.

2015.1.16. (금) 날씨 : 맑음 기온 : 영하 10도~ 영상 3도

로부제→고락셉(5,140m) : 약 4시간
고락셉→ E.B.C(5,364m) : 왕복 약 4.5시간 


춥고 피곤했던 롯지의 밤이 지나고 일행들은 서둘러 온수와 배낭을 챙겨 고랍셉을 향하여 길을 떠난다. 오늘 코스는 본격적으로 5,000m에 접어드는 구간으로 몸에 무리를 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야 하여야 한다. 로부체 패스(Lobuche Pass 5,110m)인 모레인 지대를 넘어 고락셉까지 트레킹 해야 한다. 모레인 지대는 빙하지대에서 밀려온 돌들이 수북이 깔린 너덜지대인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된다. 
힘들게 로부체 패스에 오르니 푸모리(7,165m)와 칼라파타르(5,550m) 그리고 링트렌(6,749m)과 쿰부체(6,665m), 로라(Lho La 6,026m) 등의 연봉이 병풍처럼 다가온다.
상당한 고소를 느끼지만 창체(Changtse 7,553m)와 N.E. Peak(8,393m), 에베레스트(8,848m), 눕체(Nuptse 7,861m)가 쿰부 빙하의 우측에 뾰족한 모습으로 웅장함을 더하여 감동을 준다. 고랍셉(Gorak Shep 5,140m)에는 롯지가 있는데 지붕에 태양전지가 이색적이다. 검은 색의 칼라파타르는 푸모리의 중간에 걸쳐 있지만 에베레스트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꼭 올라야 하는 곳이다. 롯지에 이른 시간(11:10)에 도착했기 때문에 일행들은 점심을 먹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흡사 강바닥에 물이 마른 형태인 EBC 가는 길은 처음에는 편하고 주변 조망을 보느라 즐거웠지만 점차 오르막과 난코스로 이어지는 먼 길에 모두들 아연실색이다. 빙하가 보이고 멀리 타르초가 휘날리는 편평한 곳이 EBC인데 의외로 상당히 멀다.
한참의 비탈길을 내려가 당도한 EBC는 정녕 에베레스트 등반대가 머물던 베이스캠프 자리인지 의심갈 정도로 험했다. 에베레스트로 가기 위해서 이곳에 5~6월에 엄청난 텐트가 설치된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EBC에 서면 주변의 모든 히말라야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지상과 하늘을 가르며 웅장함을 뽐낸다. 우측으로는 아마다 블람도 보이고, 멀리 탐세르쿠도 조망된다. 주변의 빙하와 첨봉들을 감상하느라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다. 모두들 바쁘게 고랍셉을 향하여 발길을 돌리는데 쿰부 빙하를 따라 형성된 돌무더기 언덕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대부분 EBC 다녀오는 것을 쉽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멀고 걷기도 힘들었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에는 구름이 몰려오고 날이 저물어 대원들의 초조함이 컸다. 
EBC에는 다녀왔지만 고소와 피로도가 높아져 롯지에서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상상만 하던 EBC를 다녀왔다는 성취감에 모두들 기분이 들떴는데 내일의 칼라파타르 등정을 위해 모두들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일부는 힘들었는지 일찍 침낭에 묻힌다.
멀리서 보아왔던 푸모리나 칼라파타르 그리고 눕체와 에베레스트가 더욱 크고 웅장하며 바로 시야의 건너에 있음이 실감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지척에서 바라본다는 긍지와 대자연의 모습을 가슴에 새길 수 있어 흐뭇한 여정이었다.


# 조망
동쪽 : 쿰부 빙하(Khumbu Iacier), Lho La(6,026m)
북쪽 : Pumo Ri(7,165m), Lingtren(6,749m)
북동쪽 : Khumbutse(6,665m)
남동쪽 : Nuptse(7,861m), Mt. Everest(8,848m), South Summit(8,751m),
South Col(7,925m), Lhotse(8,516m)
북서쪽 : Kala Patthar(5,550m) 남서쪽 : Changri(6,02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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