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원의 <청산별곡>

최병원과 함께 떠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5>

레이디타임즈 2015. 11. 23. 11:16

에베레스트 트레킹 5편- 최병원의 <청산별곡>-Changme를 넘어 페리체로 향하는 조망의 트랙

최병원  |  여행가


Changme를 넘어 페리체로 향하는 조망의 트랙

2015.1.18. (일) 날씨 : 맑음 
딩보체(4,240m)→팡보체(3,930m)→쿰부 히말 엄홍길 휴먼 스쿨 근처 롯지에서 점심
→포르체(3,840m)→포르체 텡가(3,680m) : 9시간 


엊저녁의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하루를 편히 쉬면서 대원들 모두가 컨디션이 돌아와 에너지를 보충한 모습들이다. 가이드 머누 구룽은 고쿄리를 다녀온 트레커들이 페리체를 거쳐 에베레스트 계곡으로 가는 코스를 역방향으로 가는 코스를 정한다.

딩보체에서 임자 콜라를 따라 팡보체를 간 후 에베레스트로 들어오는 고개를 넘어 계곡의 상단부를 걷는 코스이다. 가는 도중에 엄홍길 휴먼 스쿨도 지나며 아마다 블람과 촐라체 그리고 히말라야 연봉들을 두루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최상의 트레킹 코스라고 한다. 


딩보체를 떠나 팡보체로 가는 길은 지난 번 노정의 역 코스이기에 모두에게 익숙하다. 길은 편하고 주변 조망이 좋아 여유로우며 대열의 흐름도 볼 수 있다. 점점 멀어져가는 에베레스트와 눕체, 임자 콜라를 쳐다보며 걷는 일행들은 어제의 기진맥진했던 모습들은 사라지고 모두들 활기차게 걷는다. 


포터 팀과 쿡 팀도 서로 엉켜 걸으며 중간 중간 대화를 나누고, 삼삼오오 대열을 이뤄 순항한다. 가는 도중 야크를 만났는데 롯지에서 몇 번 만났던 샤모니 프랑스 두 아가씨와 다시 해후했다. 김 대표가 반색하며 반가워 한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 포즈를 취하길래 얼른 카메라를 들이대고 멋지게 한 컷 촬영한다. 


오를 때 점심을 먹던 마을을 지나고, 일행들은 하얀 설산과 임자 콜라가 나란히 맞닿는 V자 계곡을 따라 한없이 달린다.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는 포터, 풀을 뜯는 야크, 오래된 초르텐, 그리고 아마다 블람과 구름에 덮이는 눕체를 바라보며 걷는다. 도중에 엄홍길 휴먼 스쿨을 지나게 되었는데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한국 산악인 추모탑을 보고 잠깐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천상을 향하던 벗들이여!
험난한 벽도 칼날 같은 설릉도 결코 장애들이 될 수 없었던 영웅들이여!
에베레스트 남서 벽에 새로운 선을 그으려던 그대들은
아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둠조차도 느끼지 못한 눈사태로
유성처럼 사라지고 말았네.
더 높은 곳을, 더 험한 곳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간
그대들의 발자취는 영원하리라.“
-희준, 현조의 웃음 띤 얼굴을 그리워하는 산우들이-

엄홍길은 히말라야 8,000m 14좌를 완등하면서 7명의 산악인과 동료 그리고 셀파를 잃었다. 그 셀파들의 가족인 아이들을 가르칠 휴먼 스쿨 14개를 짓기 위해 엄홍길 휴먼 재단을 설립하였는데 이곳 팡보체에 첫 번째로 완공하여 학교를 개교했다. 현재 타르푸, 룸비니, 비레탄티 등 11개 지역에 휴먼 스쿨을 세웠다. 푸룸부 지역에 12번째의 휴먼 스쿨 설립을 위하여 지난 1월 기공식이 열렸다고 한다.


팡보체는 제법 마을이 크고 농경지도 많았다. 기존의 힐러리 학교가 있었지만 엄홍길 휴먼 스쿨이 개교되어 현지에서 학생들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마을에는 큰 사원이 있는데 길게 벽을 따라 설치된 마니차가 구릿빛을 띠며 경전을 보여 준다. 아름다운 수건을 두른 현지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마니차를 돌리는 모습이 경건하다. 사원 안에는 무척 큰 대형 마니차가 있었는데 혼자 돌리기도 벅찼다. 눈이 쌓인 초르텐과 탐세르쿠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을과 엄홍길 휴먼 스쿨 그리고 아마다 블람이 무척이나 평화롭다. 이 고산 히말라야에도 어린이들이 밝게 웃으며 공부하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 날들이 계속되기를 기도해 본다. 


롯지에서 점심을 들고 휴식을 취하는데 창에 비친 히말라야 설산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창살에 비친 히말라야의 풍경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햇살 좋은 곳에 앉아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 촌로의 모습도 이채롭다. 
어렵고 힘들었던 노정을 무사히 마친 일행들이 아마다 블람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한다. 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팡보체를 지난 일행들은 본격적인 트레킹 루트를 따라 산허리 오르막과 내리막을 계속하여 걷는다. 잘 정비된 산길은 무척이나 높았지만 마방이나 포터, 트레커들에게는 너무도 유용한 길이라고 한다. 특히 트레커들에게는 히말라야 연봉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최상의 코스여서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페리체로 가는 길은 지척에 쿰비율라(5,761m)를 마주 바라보고 가는 길이다. 산의 윗 부분에 난 길은 비록 위험하고 오르내림이 반복되었지만 걷는 즐거움이 컸다. 
일행들은 페리체로 넘어가는 고갯마루(pass)에서 한참을 머물며 트레킹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페리체의 평온한 마을 풍경이 양지 바른 경사지대에 펼쳐져 아름답다. 내리막을 내려서며 보이는 고쿄리 가는 계곡과 마르체모 피크(4,480m) 그리고 주변 설산 경관이 석양빛에 신비감을 준다. 


이번 트레킹 중에 갈 예정이었던 고쿄리와 촐라 패스 가는 루트를 바라보며 마을에 들어선다. 다섯 마리의 야크가 지나길래 동행이 되어 마을에 들어섰지만 묵을 롯지는 없다고 한다. 네팔 등산협회의 연수가 진행되어 80명 정도가 합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고쿄리로 갈 때 묵을 예정이었던 포르체 텡가(3,680m)까지 가야 되었다. 마을을 지나 포르체 텡가로 가는 내리막은 눈이 쌓여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위험 구간이었지만 모두들 안전하게 River 롯지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오늘 걸었던 트레킹 코스는 일행들에게 대단한 기쁨을 주었는데 모두들 여유 있게 롯지 홀에서 시원한 맥주를 든다. 오랜만의 맥주 맛에 목구멍이 얼얼하다. 대다수의 일행들이 오늘 트레킹으로 컨디션을 많이 회복한 것 같다. 


포르체 텡가는 Dudh Koshi River 입구에 있는데 고쿄리로 갈 때 꼭 들르는 롯지라고 한다. 다행히 롯지에는 파이프에 물이 계속 흘러 나와 일행들이 모처럼 손과 발을 깨끗이 씻을 수 있어 좋았다.이곳 롯지에서 가는 길은 몽라 패스(Mong La Pass)를 넘어야하는 난코스 구간이 있는데 고도차가 300m 정도로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여유 있게 하루 일정을 소화한 일행들은 모처럼 즐겁게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에는 가져온 여러 안주를 꺼내어 럼주와 맥주를 한 잔 씩 하며 힘들었던 트레킹의 여정을 푼다. 에베레스트 여정에서 높은 고도를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조망의 루트를 트레킹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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