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원의 <청산별곡>

최병원과 함께 떠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6>

레이디타임즈 2015. 11. 23. 11:16

에베레스트 트레킹 6편-"몽라패스와 쿰중을 지나 루크라로 향하는 히말라야 노정!"

최병원  |  여행가

몽라패스와 쿰중을 지나 루크라로 향하는 히말라야 노정!

2015.1.19. (월) 날씨 : 맑음 
포르체텡가(3,680m)→몽라패스(3,973m)→쿰중(3,790m)→상보체(3,760m)→남체(3,440m)→몬조(2,835m) 
본격적인 하산 트레킹을 위한 날이 밝았다. 충분한 휴식으로 일행들의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다. 오늘의 코스는 몽라 패스를 넘어 쿰중을 거쳐 몬조까지 가는 먼 길이다.
몽라 언덕을 오르는 된비알에서 보이는 티보체(6,500m)와 촐라체(6,440m)의 하얀 설산 풍경이 아침 햇살에 장관을 이룬다.
티보체 봉우리 아래 안락하게 자리한 포르체도 고산지대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상당한 농경지와 건물들이 있어 풍요로움을 보인다.
남동쪽으로 아마다 블람의 침봉으로 아름다운 햇살에 빛날 때 일행들의 된비알 오르기는 의외로 숨이 가쁘다.
커다란 짐을 지고 고개를 넘는 포터들과 쿡 팀의 모습이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투영될 때 히말라야의 고달픈 삶의 현장이 보인다.
야크를 몰고 고개를 넘는 마방과 천진스럽게 트레커들을 맞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이번 몽라 패스의 감동적인 정경이다.
몽라 패스는 높이가 3,973m이므로 포르체 텡가에서 300m를 오르는 가파른 언덕이다. 힘들게 오른 일행들을 반기는 산마루에는 큰 초르텐이 있고, 롯지가 위치한다.

 

학용품을 받고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을 보며 일행들은 큰 즐거움과 산정에 올랐다는 만족감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함께 오르던 목동과 야크 몇 마리는 어느 새 산중턱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는데 이를 쳐다보는 일행들은 그 빠름에 놀란다.
몽라 패스를 넘은 일행들은 쿰비율라의 산 중턱에 난 트랙을 걸으며 주변 침봉들의 조망에 여념이 없다.
갈림길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쿰중으로 향한 일행들은 상당히 먼 길을 걸었는데 스톤 스텝을 넘은 팀은 힘들었지만 조망은 무척 좋았다고 한다.
아래쪽 코스는 마방들의 잦은 통행으로 길이 좋지 않았고, 고개를 넘는 계단에서 힘이 들었다.

 

쿰중 마을은 의외로 잘 정비되고 규모도 무척 컸다. 아마도 성수기에 남체 바자르에서 에베레스트나 고쿄리로 향하는 트레커들이 대부분 이 루트를 이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넓은 공터에는 초르텐과 주민들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우린 롯지에서 점심을 먹은 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휴식을 취했다.
몽라 패스를 넘는 긴 여정이 몹시 피곤했기 때문이다.
쿰중 마을 뒤편으로는 쿰비율라의 커다란 바위 암벽(Khumjung Chamga & Mung Danda)들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를 연상하게 한다.

 

쿵중 마을의 남서쪽으로는 꽁데리(6,187m)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마을을 지켜본다. 언덕을 넘는 고개에는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에베레스트를 마지막으로 보는 조망터가 있다.
초르텐과 라마불교 경전이 적힌 깃발이 나부끼는 언덕(Khunde 3,840m)을 통과하고 에베레스트와 눕체, 로체, 쿰비율라, 아마다 블람과 이별한다.
구름에 덮이는 눕체와 아마다 블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한다.
상보체로 넘어 오는 길에서 보이는 남체 바자르의 모습과 탐세르쿠가 묘한 정경으로 시선을 뺏는다.

 

상보체 비행장에는 많은 목재들이 운송되어 쌓여 있다. 주변 마을에서 사용될 건축자재인 모양인데 이곳 비행장에서 짐꾼들이 옮긴다고 한다.
산비탈에 움푹 파인 남체 바자르의 모습은 양지바른 굴곡을 따라 평화롭다. 하지만 비수기인 요즘엔 상가도 열지 않고, 병원에는 의사도 없다. 성수기에 5,000여 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지만 한가한 요즘은 지나는 인적도 드물다.
재활용품 수거를 위해 나무판자로 만든 구조물이 히말라야 환경 보호를 위한 시금석으로 보여 흐뭇하다.
수로가 지나는 남체 바자르의 중앙 좁은 길에는 장기를 두는 노인들, 빨래하는 아낙, 물 마시는 야크, 돌덩이를 깨어 자갈 모래를 만드는 주민 풍경이 클로즈업 된다.
체크 포인트를 지나며 우리 일행들은 남체를 벗어났다. 처음 트레킹을 시작할 때 부풀었던 남체의 이틀째가 생각난다..

 

에베레스트 뷰의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져 카메라 앵글을 맞추던 그날 우린 인솔 책임자가 골절로 후송되는 아픔도 겪었고, 고소로 트레킹을 중단하고 팍딩으로 내려간 대원이 있어 우울함도 컸다.

 

이제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남체 체크 포스트를 나가는 마음이 가볍다. 정글 지대와 2중 흔들다리를 빠르게 지나고, 조살레를 경유하여 몬조(Monjo 2,835m)에 당도했다.
아침 8시에 시작한 하산 트레킹은 무려 9시간을 걸어서야 몬조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한 것이다.
깔끔한 화장실과 주변에 꽃이 핀 롯지는 홀도 따뜻하고, 남체에서 고산증으로 하산한 일행이 반겨 주어 인간적인 정도 가득했다.
외롭게 우리를 기다린 그는 며칠 동안의 겪었던 무용담과 경험을 이야기하며 술잔을 주고받는다.
한 잔의 술이 간절했지만 코감기가 악화되어 끝내 참아야 했다.
쿡 팀의 막둥이 녀석이 김 대표와 아들과 아빠지간이 되어 훈훈한 감정으로 무리들을 기쁘게 한다.
선물로 받은 시계를 연신 들여다보는 녀석은 힘들었던 노정의 피로도 잊은 듯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불 꺼진 난롯가에는 연거푸 럼주 병이 줄을 잇는데 일행들의 만가(輓歌)는 끝이 없다. 


2015.1.20. (화) 날씨 : 맑음 
몬조→팍딩(2,610m)→추타와(2,591m)→누닝(2,492m)→체프렁(2,660m)→탈스하로아(2,678m)→루크라(2,840m) 
트레킹 총 이동거리 : 133km 이동 시간 : 151시간 

 

한껏 여유를 부렸던 몬조에서의 하룻밤을 지내고 일행은 두드코시(Duhd Koshi) 계곡을 따라 길을 나선다. 트레킹을 처음 시작할 때 설레었던 감정들이 마을을 지나며 생생히 떠오른다.
고도가 낮아지며 주변 마을 풍경은 완전히 봄을 맞는 모습이다. 초록빛깔 밀밭과 너와 지붕 농가, 돌담길과 흰 설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편하다.

 

구슬치기하는 아이들 모습, 새로 집을 짓는 인부들, 악기를 연주하며 불경을 외는 승려들, 솔잎을 가득 지고 가는 현지 어린이들, 돌에 문양을 새긴 경전 그리고 초르텐의 하얗고 금빛어린 탑신이 히말라야 설산과 어울려 멋지다.
오늘따라 마방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밀과 각종 물자를 옮기는 긴 말들의 행렬로 트레킹 계속 지연되었다.
하지만 바쁠 것이 없는 일행들은 최대한 느긋하게 Chumoa와 Benkar, Toktok, 팍딩(Phakding)을 지나 Chhuthawa(2,591m)에 이른다.
전망 좋은 롯지에서 일행들은 편하게 점심으로 자장밥을 든 후 루크라까지 하행 트레킹을 계속한다. 루크라로 가는 길은 마지막 언덕이 있는데 기온이 오른 날씨가 제법 땀을 나게 한다.
에베레스트로 가기 위해 지났던 문을 통과하여 루크라로 돌아왔다. 티벳 여인의 반가운 얼굴 표정에서 완주했다는 위안을 받는다.

 

긴 여정을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는 일행들 표정이 무척이나 밝고 흐뭇함이 묻어난다.
루크라는 여전히 조용하고 한적하다. 롯지에 도착하여 모두들 서로 악수하며 그간의 노고에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EBC와 칼라파타르로 향했던 지난 여정이 꿈결처럼 떠오르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롯지에 걸릴 기념 휘장에 사인하는 손끝이 감개무량하다. 어려웠지만 해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미소 띤 얼굴에 가득하여 환하다.

 

우린 총 133km를 걸었으며 이동 시간이 151시간에 달했다. 멀고 긴 여정을 마무리한 일행들은 서로 축하와 환희의 덕담을 주고받는다.
저녁에는 히말라야 산속의 마지막 밤을 긴 일정동안 정들었던 현지스텝들과 함께 염소 고기 파티를 열며 정을 나누고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먼 여정이었지만 항상 쾌청했던 날씨의 도움이 컸으며, 특히 인솔 책임자가 이탈한 가운데에서도 현지 가이드들이 헌신적으로 일정을 소화해 주어 고마웠다.
매일 저녁 머리가 아프고, 고소가 밀려오고, 입맛이 떨어지는 상황에 처했지만 잘 견디고 참으며 트레킹을 마무리한 대원들에게 감사한다.
지나온 일정들을 정리하며 지명이나 고도 그리고 서투른 용어의 선택에 힘이 든다. 이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 트레킹은 힘든 역경을 극복하며 완주했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 에베레스트 등정 : 1953년에 텐징은 존 헌트의 원정대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세계 최초로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함께 8,848미터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였다. 그 때가 7번째 등정 시도였다. 텐징은 인도와 네팔에서 찬사를 받았으며, 그는 부처나 시바의 화신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경배의 대상이 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힐러리와 헌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였고, 텐징에게는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했다. 영국 정부는 그에게 성조지 훈장을 수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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