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기다림이여 영원하라

레이디타임즈 2012. 10. 6. 07:16

지난해 풋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지인들과 함께 보게 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그냥 헤어지기 서운해 공연장 근처에 카페로 자리를 옮기에 되었다. 차를 마시며 자연스레 관람했던 나비부인의 주인공 쵸쵸상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기다림이 화제로 오르게 되었다. 
 
함께했던 사람들 중엔 남성도 있었고 여성들도 있어선지 토론의 중반쯤엔 남녀의 의견차로 다소 격앙된 분위기를 갖게 되었다. 남성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 중엔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여성들은 ‘그런 남성들의 생각은 아름다움이란 허울을 씌워 여성들의 감정을 쇠뇌시키려는 발칙한 발상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의견합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토론을 끝을 내야 했지만 지금 다시 모여 토론을 한다해도 합일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풋치니가 나비부인을 쓸 당시는 제국주의 경쟁에 나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정치적,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태평양의 주도권을 잡으려 할 때다. 미국의 상선들이 일본  항구에 입항하면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전함들도 함께 드나 들었다. 일본여성들은 처음 보는 서양남자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져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정부는 국제 결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미군들 역시 동양 여인과의 사랑을 일시적인 사랑맺음으로 생각했다. 2차 세계 대전 직후에도 일본에 주둔한 미군과 일본 여인 사이에서도 오페라 나비부인의 스토리와 똑같은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제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취함으로 많은 비극들이 발생했다.


지인들과 헤어져 돌아오면서 오페라 나비부인의 감동을 음미해 보았다.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읽은 <나비부인>의 주인공 쵸쵸상과 핀커톤의 사랑을 동양의 음양사상과 비교하여 쓴 글도 생각났다.


음양의 이치로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면 음은 여성이자 땅이며 양은 남성이자 태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태양인 남성은 쉽게 불타오르는 반면 땅인 여성은 서서히 달아오르기 때문에  땅이 달아오르는 동안 식어버린 태양은 땅의 열기를 피하여 달아나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을 상징하는 태양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지만 여성을 상징하는 땅은 제자리에 머물고자 하는 습성이 있어 떠나버린 핀거톤을 기다리는 것은 쵸쵸상의 숙명이라고 했다.


음양의 이치야 어찌됐건 나비부인의 바보같은 기다림이 왜 이밤, 이토록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걸까! 


마라톤 같은 인생길을 달려가면서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올인할 만큼 기다릴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래서 난 기다림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기다리는 동안은 나비부인이 부른 ‘어떤 개인 날’이란 아리아를 맘껏 부르며 행복해 할 테니까!. 
 
기다림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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