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영혼의 온도

레이디타임즈 2012. 10. 6. 07:53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히딩크는 뜨거운 피를 가진 감독이고 본 프레레는 차가운 피를 가진 감독이라고 말한다. 축구경기를 치루면서도 두 감독의 행동을 비교해도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는 쉽게 감지된다고 한다. 


뜨거운 피를 가진 히딩크 감독은 골이 들어갔을 때 정열적인 어퍼컷으로 한껏 기쁨을 발산한다. 반면 차가운 피를 가진 본프레레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볍게 박수를 치며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언론을 상대할 때 맘에 안 드는 말은 즉각 반응하며 화도 내곤 한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맘에 안 드는 말은 그냥 침묵으로 묵살한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과 본 프레레 감독을 비교해 말하던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영혼의 온도라고 할 수 없다. 또한 태도로 판단되는 차가움과 뜨거움은 단지 성격에 대한 비교일 뿐, 선과 악은 아니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보다 히딩크 감독이 더 한국인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몇 해 전, 심리 스릴러 연극 <차가운 피>를 대학로에서 본적이 있다. 세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모티브로 현대인들이 어떻게 친구와 이웃을 배신하는지를 보여주는 심리극으로 보는 내내 공감을 자아냈던 연극이었다. 연극 <차가운 피>의 막이 내리고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사람이라면 육체의 온도가 있듯 영혼에도 온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상대방에 영혼의 온도를 정확한 수치로 표시하지는 못하지만 차갑다거나 따스하다고 느낄 수는 있다.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정하고 정이 똑 떨어질 정도로 매정한 사람들을 ‘냉혈인간’이라고 부른다. 또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돕고 봉사하는 사람들을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들의 체온은 모두 36.5도다. 하지만 영혼의 온도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면 분명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른 온도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육체의 온도는 너무 낮아도 안되고 너무 높아서도 안된다. 하지만 영혼의 온도는 높을수록 좋다. 영혼의 온도가 높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세상은 안전해 질 수 있고 따스한 세상이 될 수 있다. 


몸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는 첫 번째 검진은 체온을 재는 일부터 시작된다. 마음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는 첫 번째 순서도 역시 영혼의 온도를 체크해 보는 일일 것이다.
 
 내 영혼의 온도는 몇 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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