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카르페디엠

레이디타임즈 2012. 10. 6. 07:18

고향 친구로부터 ‘너는 나이가 들어서도 옛날하고 똑같이 성격이 급하다며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절대 조급하게 굴지 말라’란 충고를 들었다. 내 급한 성격은 어릴 적 군인이셨던 친정아버지로 인해 형성된 성격일지 싶다. 아버지는 당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당신이 지시하신 일을 즉각 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해야 할 일이 있거나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곧바로 하지 못하면 안달이 나고 만다. 

처음 <카르페디엠>이란 말을 접했을 때 나는 그만 열광하고 말았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유보시켜 놓고 하지 못한 아까운 순간순간들이 기억나며 다시는 그래 살지 말아야지 다짐시켜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메일의 닉네임을 <카르페디엠(Carpe diem)>으로 정했다. 요즘은 카페, 게임 등에 이르기까지 보편화 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10여년전만해도 <카르페디엠>이란 닉네임으로 이메일을 보내면 10명 가운데 7명은 <카르페디엠>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이메일이 답장으로 왔었다.

 <카르페디엠>은 라틴어로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란 의미지만 현대어로 표현하면 ‘매순간에 충실하라’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처음 <카르페디엠>이란 말을 접하게 된 것은 로빈 월리엄스 주연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서였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일류대 진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엄격한 웰튼 고등학교에 이 학교 출신의 존 키팅이 영어 교사로 새로 부임한다. 그는 첫 시간부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수업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닐, 녹스, 토드 등을 비롯해 7명의 학생들은 키팅 선생으로부터 전해들은 옛 서클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하고 자신들이 다시 서클을 운영해 가기로 한다. 그리고 서클활동의 일환으로 학교 뒷산 동굴에 모여 시를 낭송하며 잃었던 자아를 찾기 시작한다. 

자아를 찾기 시작한 학생들은 일류대만을 지향하던 목표보다는 자신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하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연극배우를 꿈꾸게 된 닐은 아버지의 의해 꿈이 좌절되면서 권총자살을 하고 만다. 닐의 자살로 인해 <죽은 시인의 사회>란 서클을 권유했다는 이유로 키팅 선생에게 모든 책임이 돌려진다. 키팅 선생은 그 책임을 지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는 스토리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앞으로도 나의 급한 성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변하기도 원치 않는다. 왜? 꿈꾸는 일을 유보시키는 사람은 죽은 시인이기 때문이다. 꿈꾸는 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실천해 보는 살아있는 시인으로 살고 싶다.

 때때로 내가 안일함에 빠질 때, 영화 속에서 키팅은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내 귓가에 속삭인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거두라는 말을 했지? 왜냐하면 우리는 반드시 죽기 때문이지. 믿거나 말거라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숨이 멎고 차가워져서 결국은 죽게 되지. 자 귀를 기울여봐. 들리나?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기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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