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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여자

오전 11시의 공원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파란 잔디 위로 까만 연미복 차림의 까치만이 강종거리는 이 공원의 한적함을 난 사랑한다. 눈가의 주름을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나이.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서둘러 공원으로 산책을 나선다. 사내아이의 길어진 머릴 깎듯 잘 깎여진 잔디의 풀내음은 동심으로 나를 이끈다. 어린 시절, 천둥벌거숭이 되어 앞산 숲에서 숨바꼭질 참 많이도 했었다. 녹음 짙던 그 숲에는 봄부터 여름까지 나리꽃이 지천으로 피었었다. 주근깨가 송송 박힌 홍시빛 꽃잎 위로 밤색 꽃술이 대롱대던 나리꽃들. 그 향기가 좋아 꽃 속에 코를 박고 숨 막히도록 향기를 맡았었다. 나리꽃의 밤색 꽃가루 때문에 바둑이 코가 된 나를 보고 배꼽 빠지게 웃던 소꿉동무들의..

어느날 문득... 2012.10.06

죽으면 죽으리라

죽으면 죽으리라 유혜련 기자 | yoo2586@hanmail.net 모처럼 한가한 저녁을 보내게 되어 텔레비젼을 틀었더니 이란 영화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제법 로맨틱한 영화 제목에 끌려 채널을 고정시켰다. 제목처럼 진짜 로맨틱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라 소개해 본다. 페르시아로 끌려와 노예로 살던 유대인 중에 하닷사란 총명한 소녀가 삼촌인 모르드게와 살고 있다. 당시 페르시아를 다스리던 왕은 아하수로에 왕이었고 그에겐 아름다운 왕비가 있다. 어느날 왕은 잔치를 베풀고 왕비는 왕의 잘못된 정치력에 불만을 표시하며 잔치 참석을 거부한다. 하지만 왕비를 폐위시키고 자신들 편에 서는 새왕비를 들이려는 아드만사 왕자와 이를 추종하는 하만의 계략에 동조하며 초대된 사람들은 아름다운 왕비를 보여달라고 왕..

카테고리 없음 2012.10.06

카르페디엠

고향 친구로부터 ‘너는 나이가 들어서도 옛날하고 똑같이 성격이 급하다며 죽고 사는 일이 아니면 절대 조급하게 굴지 말라’란 충고를 들었다. 내 급한 성격은 어릴 적 군인이셨던 친정아버지로 인해 형성된 성격일지 싶다. 아버지는 당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당신이 지시하신 일을 즉각 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해야 할 일이 있거나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곧바로 하지 못하면 안달이 나고 만다. 처음 이란 말을 접했을 때 나는 그만 열광하고 말았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유보시켜 놓고 하지 못한 아까운 순간순간들이 기억나며 다시는 그래 살지 말아야지 다짐시켜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메일의 닉네임을 으로 정했다. 요즘은 카페, 게임 등에 이르기까지 보..

어느날 문득... 201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