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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온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히딩크는 뜨거운 피를 가진 감독이고 본 프레레는 차가운 피를 가진 감독이라고 말한다. 축구경기를 치루면서도 두 감독의 행동을 비교해도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는 쉽게 감지된다고 한다. 뜨거운 피를 가진 히딩크 감독은 골이 들어갔을 때 정열적인 어퍼컷으로 한껏 기쁨을 발산한다. 반면 차가운 피를 가진 본프레레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볍게 박수를 치며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언론을 상대할 때 맘에 안 드는 말은 즉각 반응하며 화도 내곤 한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맘에 안 드는 말은 그냥 침묵으로 묵살한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과 본 프레레 감독을 비교해 말하던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영혼의 온도라고 할 수 없다. 또한 태도로 판단되는 차가움과 뜨거움은 단지..

어느날 문득... 2012.10.06

가면놀이는 끝났다

닥종이 공예가 김영희 작가가 몇 년 전, 대전에서 전시를 연 적이 있다. 란 그녀의 저서를 읽으면서 그녀를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화랑으로 달려갔다. 작품들을 둘러보다 유독 내 마음을 당기는 인형이 있었다. 제목이 이다. 앞니가 벌어진 어눌하고 시골틱한 여자가 한 손에 베르사체 패션쇼에서나 나올법한 도도하고 세련된 가면을 한 손에 벗어 들고 해맑게 웃고 있는 인형이었다.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났다. 그 인형은 바로 나의 자화상이었다. 기자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많은 만남들 속에서 나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예의바른 태도를 가장한 오만함으로 ‘너는 별거 아니야’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에 ..

어느날 문득... 2012.10.06

친구의 남편자랑

생각 만해도 행복한 장소와 사람이 있다면 인생을 헛되게 산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참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첫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무렵, 청원군에 위치한 작은 읍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남편이 사업장을 옮기면서 이사를 가게 된 곳이 내수라는 작은 동네였다. ‘내수’란 곳은 생각만 해도 참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장소였고 그 곳에서 만난 순자는 참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도시생활에만 익숙했던 내게 그 곳의 첫인상은 막막함과 여유로움의 중간쯤의 감정이랄까! 이삿짐을 풀고 둥지를 튼 빌라 주변은 온통 숲과 밭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막막함은 소멸되고 여유로움에 푸근함까지 보태져 난 그 곳을 사랑하게 되었다. 선뜻 말을 붙여주는 어디선가 본..

어느날 문득... 2012.10.06